2019년 11월 1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연례 할인 행사 현장을 방문한 저우장융(가운데) 항저우 당서기가 알리바바 티셔츠를 입고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마윈(맨 오른쪽) 알리바바 창업자가 동행했다./중국 소셜미디어

중국 당국이 중국 민영기업의 고향으로 불리는 저장성에서 기업·관료의 유착 관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중국 500대 민영 기업의 20% 가까이가 저장성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방송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시 기율위원회는 최근 시 현직 간부와 퇴직 3년 이내 간부들을 상대로 3개월 안에 기업과의 관련성에 대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사정 기관은 보고 내용을 토대로 10% 이상에 대해 검증을 할 계획이다. CCTV방송은 관료와 업무 관련 기업 사이에 이해 상충이 없었는지, 법규를 위반해 기업으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진다고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사 대상은 2만5000명 가까이 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1일 저우장융(周江勇·54) 항저우시 당(黨)서기의 갑작스러운 낙마(落馬) 직후 시작됐다. 중국 사정 당국은 저우 서기가 법률과 규칙을 위반했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저우 서기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금융 기술) 기업인 앤트그룹이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5억위안(약 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미리 배정 받기로 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앤트그룹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앤트그룹 상장은 중국 당국에 의해 취소됐다.

베이징청년보 소셜미디어 계정은 저우 서기를 비롯해 최근 저장성에서 낙마한 인사들이 모두 저장성 닝보시 출신이라며 이들을 ‘닝보방’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특정 집단으로 묶는 것은 저우 서기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항저우시 홈페이지는 낙마한 저우 서기 관련 최근 활동 소식을 삭제했고, 시 기관지인 항저우일보도 저우 서기가 나왔던 신문의 1면 디지털 파일을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저장성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이외에도 지리자동차 등 대형 민영기업들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500대 민영 기업 중 96곳(19%)이 저장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사가 기업과 관료의 친청(親淸·기업의 어려움은 친근하게 돕지만 기업인과의 관계는 깨끗해야 한다는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 분위기가 확산할 경우 중국 관료들이 기업과 거리 두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저장성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는 뜻) 시험구’여서 이번 조사가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강조하며 민영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