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다시 아프가니스탄 권력을 장악한 소식이 지난 한 주 세계를 달궜습니다. 카불 공항에서 벌어진 비극의 탈출 행렬이 전 세계인의 눈시울을 붉혔죠.
자국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는 나라들은 그 어디든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겁니다. 당장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대만은 더 했겠죠.
신이 난 건 중국이었습니다. 환구시보를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오늘은 아프간이지만, 내일은 대만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겁박했죠. 미국에 대한 불신을 최대한 자극해 대만의 저항 의지를 꺾어놓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습니다.
환구시보는 8월17일 자 사설 ‘대만 당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얻어야 할 교훈’에서 “이 거대한 변화를 보면서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점을 대만 정객들이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라고 했지요. 이 신문은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대만군의 저항선은 시간 단위로 무너지고 미국의 지원군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진당 정권은 곧바로 투항하고 고위 인사들은 줄줄이 비행기를 타고 도주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안정된 민주국가 대만, 아프간과 달라”
대만 내부에서도 ‘중국은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침공하더라도 미국이 대만을 지켜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을 지낸 방송인 자오샤오캉은 페이스북 글에서 “아프간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죠. 전쟁이 나면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는 건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며, 스스로 힘에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력 인터넷 매체 차이나 타임스는 “대만은 아프간이 아니다”며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했어요.
안정적인 민주 사회를 유지하는 대만을 부패로 민심을 잃고 저항 의지도 없었던 아프가니스탄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대만은 미군의 지원을 받아 방어 태세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첨단 무기도 사들이고 있죠.
그러면서도 “국제정치에서 절대 불가능한 일은 없는 만큼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1979년 미중 수교 때처럼 미국으로부터 다시 버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죠.
◇대만 봉쇄 위협한 중국군
중국은 8월17일부터 대만 서남부와 동남부 해상에서 대대적인 실전 훈련도 했습니다.
동부전구 사령부 산하의 전투기와 전함, 반잠수함 초계기 등이 대거 동원됐고, 육군은 중국 해안에서 상륙작전 연습과 방공 훈련도 했더군요. 중국에 가까운 북쪽이 아니라 태평양을 향하는 남쪽에서 공격을 한 건 대만 봉쇄 훈련임을 의미합니다.
중국이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사태가 중국 희망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미중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을 중요하게 봐요. 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 집중하게 되면 대중 견제의 요충인 대만 방어 태세는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미군, 첨단 정찰기로 감시
미국은 중국의 위협 공세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했어요.
대만 주재 미국 대사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판사처 샌드라 오드커크 처장은 차이잉원 총통, 라이칭더 부총통, 쑤전창 행정원장(총리) 등을 잇달아 예방해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동요하는 대만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한 거죠.
미군도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했습니다. 미 공군의 RC-135S 코브라 볼 전자전 정찰기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한 바로 다음 날인 8월16일 새벽부터 중국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진입해 동남부 일대의 탄도 미사일 동태를 감시했죠.
대만해협 일대에서 아프가니스탄 못지않은 치열한 공방전이 미중 간에 벌어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