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전야제를 하루 앞둔 6월28일 시진핑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시 주석 표정이 눈에 띄게 밝더군요. 푸틴 대통령이 말을 할 때마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28일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이 건넨 선물

회담 뒤에는 장문의 공동 성명이 나왔는데, 러시아에 주는 큰 선물이 하나 있었어요. “양국은 역사가 남긴 국경 문제를 철저히 해결했으며, 상호 간에 영토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목입니다.

중국은 반식민지 상태였던 청나라 말기에 러시아제국과 맺은 여러 불평등조약으로 연해주 등 100만㎢를 훌쩍 넘는 영토를 빼앗겼죠.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러시아 제국에 넘어간 연해주 지역. 연해주가 넘어가면서 중국은 동해로 나오는 출구를 잃었다. /北京時間

양국은 1960년대 이 문제로 국경 분쟁을 벌여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유명한 전바오섬사건이죠.

그러다 2001년 장쩌민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중러우호조약을 체결하면서 더는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조약은 올해로 20년 기한이 끝났는데, 시진핑 주석도 이 조약을 승계하기로 한 거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시 주석은 그동안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런 그가 불평등조약으로 러시아에 빼앗긴 땅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제네바 미·러 정상회담

이번 정상회의가 있기 12일 전인 6월16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스위스 제네바로 초청해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양국 관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계속 삐걱거렸죠.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등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습니다. 서로 상대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외교전이 벌어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을 ‘살인자’라고까지 불렀죠.

6월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랬던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 데는 미중 경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강하게 맞붙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여전히 강대국인 러시아가 계속 중국 쪽으로 기울도록 놔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강대국 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푸틴의 양다리 외교

푸틴 대통령은 6월4일 자국 언론 간담회에서 미국 들으라는듯 이런 얘기를 했죠. “미국이 너무 자신감에 넘쳐,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옛소련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중국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여 소련의 고립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었죠.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말 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익명의 전직 고위관리가 쓴 ‘새로운 중국 전략에 대한 긴 전문’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지난 10여년간 러시아가 중국의 전략적 품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둔 것이 역대 미국 정부의 가장 큰 지정학적 실수”라고 썼죠.

미국 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올해 1월 하순 공개한 미국의 대중전략에 대한 논문 표지. 익명의 전직 고위관리가 쓴 이 논문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떼놓을 수 있도록 미러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애틀랜틱 카운슬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반대해온 러시아·독일 간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 ‘노르트스트림2’를 사실상 용인하고,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전략 대화를 재개한 것은 이런 정책 주문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맞서 시진핑 주석도 러시아에 큰 선물을 준 거죠.

당분간은 푸틴 대통령이 이 삼각관계에서 짭짤한 재미를 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