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바이러스 기원을 둘러싸고 요즘 미국과 중국이 한바탕 격돌하고 있죠.

미국은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우한 지역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증거 확보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말도 되지 않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죠.

◇달라지는 미국 내 분위기

코로나 19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은 작년 1월 미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이 처음 제기했습니다. 생화학 무기로 개발하다 실수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고 했죠.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유출 진원지라는 의혹에 휩싸인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중국 CCTV 캡처

당시만 해도 미국 여론은 이런 주장을 우파 음모론 정도로 낮춰 봤습니다.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했으며, 조작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 것이 결정타가 됐죠.

그런데,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3명이 첫 확진자가 나오기 한 달 전인 2019년11월 코로나 19 감염 환자와 유사한 증세를 보여 입원했었다는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죠.

◇WHO도 중국에 조사 협조, 투명성 요구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말 정보기관에 90일간 연구소 기원설에 대해 추가로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언론들도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쪽으로 돌아섰죠.

무엇보다 파우치 소장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그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데 대한 확신이 없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발견할 때까지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했지요.

5월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연설 중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그동안 중국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해왔던 그가 6월12일 G7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기원 확인을 위한 2단계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조사 협조와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화사 연합뉴스

서방 연구기관들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유전자에 자연 진화로는 나타날 수 없는 염기 서열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대변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G7 정상회의에서 “연구소 유출설을 확인하기 위한 2단계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죠. WHO는 올 1~2월 우한 현지조사를 거쳐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조사 보고서를 냈습니다. 바이러스가 박쥐 같은 중간 단계의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죠. 그랬던 WHO가 결론이 부실했음을 인정하고 재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적 카드

바이든 대통령이 시답지 않게 보던 연구소 유출설에 힘을 실은 건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보기관이 입수한 첩보에 일리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미중 경쟁의 중요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없지 않아 보여요.

만약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강력한 물증이 나온다면 중국은 인류에 대재앙을 불러온 데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초기 방역 대응까지 실패한 시진핑 주석은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겠죠. 연임은커녕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사태 수습이 가능할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월26일 코로나 19 바이러스 기원에 관해 미국 정보기관이 90일 동안 추가로 더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CBC뉴스 캡처

물론, 첫 확진자가 나온지 1년7개월이나 흐른 만큼 물증 확보가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얼마나 불투명하고 문제가 많은지, 그런 문제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면 그것만으로도 중국은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중국이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에 펄쩍펄쩍 뛰는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