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중국장안망(中國長安網)이 5월1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 하나에 요즘 중국이 시끄럽습니다.

‘중국점화 vs 인도점화’라는 제목을 붙인 이 글엔 중국이 우주 로켓을 쏘아 올리는 장면과 인도가 화장장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을 나란히 붙였죠. 여기에 ‘인도의 하루 확진자 수가 40만명’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으로 고통 받는 인도를 노골적으로 조롱한 글이죠.’ 그 이틀 전에도 인도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개를 태우는 화장장을 사람용으로 쓴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공산당 정법위 소셜미디어 계정인 중국장안망이 5월1일(위)과 4월29일에 웨이보에 올린 글. 5월1일엔 중국의 우주로켓 발사 장면과 인도의 시신 태우는 모습을 나란히 실었다. /웨이보
공산당 정법위 소셜미디어 계정인 중국장안망이 5월1일(위)과 4월29일에 웨이보에 올린 글. 5월1일엔 중국의 우주로켓 발사 장면과 인도의 시신 태우는 모습을 나란히 실었다. 4월29일엔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우한에 화선산(火神山) 병원을 짓는 모습(왼쪽)과 인도의 시신 화장 장면을 같이 게재했다. 그 아래에는 '개 화장장을 사람용으로 쓴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웨이보

◇ 중국 네티즌들도 “인성 상실했다” 비판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 등으로 관계가 좋지 않죠. 중국 네티즌들은 인도의 비극에 환호하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습니다. ‘중국은 구천에 로켓을 쏘아 올려 달을 따는데, 인도는 불을 붙여 염라대왕에게 보낸다’는 식이죠.

반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박수를 치면서 국위를 선양했다고 하느냐’ ‘인성을 상실했다’는 등의 비판도 적잖았습니다.

쥔우지(軍武季)라는 네티즌은 ‘이웃에 상이 있을 때는 방아 찧는 사람들도 노래로 가락을 맞추지 않는다(隣有喪舂不相)’는 예기(禮記)의 글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더군요. “원촨대지진이 터졌을 때 인도 네티즌이 설날 때처럼 신이 나서 ‘이것은 신이 중국에 내린 벌’이라고 쓰는 격이다.”

중국 주재 인도대사관도 강력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결국 올린 지 5시간 만에 이 글을 삭제했죠.

중국장안망의 글을 비판하는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글. 예기의 글을 인용하면서 "난징대학살에 도쿄에서 환호의 노래를 부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웨이보

◇ 늑대전사외교가 낳은 대형사고

이 사건은 시진핑 주석 집권기에 계속돼온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낳은 대형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랑외교는 작년 우한에서 코로나 19 감염 사태가 터진 이후 강도가 더 세졌죠. 단순히 공격적인 언사를 하는 것을 넘어 가짜뉴스를 동원하는 등 선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로 국제 여론이 나빠지자 더 세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속출한 거죠. 그러다가 결국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이런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중국 전랑외교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앙정법위는 공안과 정보기관, 검찰, 법원 등을 총괄하는 공산당 내 최고 기구입니다. 체제 보위 조직으로 정치국원인 궈성쿤이 서기를 맡고 있죠.

이 기구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중국장안망은 평소에도 중화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글을 자주 올리는데, 팔로워가 1500만명이 넘습니다. 인도를 조롱하는 이 글도 5시간 동안 12만8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더군요.

◇ 후시진도 “관방 계정은 인도주의 깃발 들어야”

중국 선전 이론가들과 네티즌들은 이 글이 옳았는지를 두고 대대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일반 국민들이라면 몰라도, 관방 기구의 공식 계정은 인도주의의 큰 깃발을 들어올려 도덕적 우위에 서야 한다”고 이 글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선이(沈逸) 푸단대 교수는 “인도에 동정심을 표한다고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건 너무 이상주의적인 태도”라면서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서까지 스스로 한계를 그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죠.

중국 네티즌들도 후시진 지지파와 선이 지지파로 나뉘어 갑론을박 중입니다. 평소 누구보다 중화 민족주의 전파에 앞장 서온 후 편집장이 갑자기 돌변을 해서 중국장안망을 공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죠.

시진핑 주석은 4월30일 “인도 정부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중국은 방역에 있어서 중국에 협력하고 인도에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의 위로 전문을 모디 인도 총리에게 보냈습니다. 앙숙이었던 인도에 위로 전문을 보내 대국의 포용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눈치 없이 바로 하루 뒤에 이런 글을 올렸느냐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