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 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자국에 동시다발적 제재를 가한 미국·유럽연합(EU) 등 서구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을 향해 ‘전쟁 예고’ 수준의 경고를 보냈다. 특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962년 중국이 인도와 전쟁을 벌이기 직전 사용한 가장 높은 수위의 외교 표현까지 직접 소환해가며 서방 국가를 비난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장 문제는 민족·종교·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반분열·반테러·반간섭의 문제”라며 “미국이 신장 문제를 정성껏 조작하는 이유는 위구르족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성장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중국은 이라크나 시리아가 아니며 120년 전 8개 연합국 아래의 청나라도 아니다”라며 “중국은 공명정대하고 당당하고, 중국을 향한 악의적인 거짓말과 소문은 폭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0년 전 8개국 연합국 아래의 청나라”라는 표현은 1900년 서구 열강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베이징을 점령 당한 청나라 상황을 가리킨다. 당시 청나라 왕조는 반외세를 주장하는 의화단과 손잡고 서구 열강에 선전 포고를 했으나, 영국·러시아·일본·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 8개 연합국에 의해 패하고 베이징을 점령 당했다.
화 대변인이 120년 전 청나라 상황까지 거론한 것에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강력한 대중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지난 22일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동시다발로 발표했다. 미 정부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대량 학살(genocide)’로 규정한 가운데, 자유민주 진영의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에 중국은 확전도 불사한다는 식의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6일 톰 투겐타드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 등 9명에 대해 입국 금지와 중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앞서 영국은 중국 인사 4명을 제재했다. 통상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해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 제재를 가할 경우, 상대국은 같은 숫자로 보복하지만 중국은 이를 훨씬 뛰어넘어 9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이다. 중국은 작년까지 대체로 대등 원칙을 지켜왔다.
이날 화 대변인의 서방을 향한 경고 발언 수위도 외교 용어로서는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최근의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미국, 영국, 캐나다, EU가 중국에 가한 제재는 거짓말과 허위정보에 기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인내심을 갖고 진실을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가 말한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란 표현은 중국 외교 용어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문구다. 이는 중국과 인도가 국경 갈등으로 전쟁을 개시하기 한달 전인 1962년 9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인민일보는 작년 10월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경고한 바 있다.
한편 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국제 안보 전문가 로렌스 월커슨이 2018년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혼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화 대변인은 “그들은 걸핏하면 소위 믿을만한 증인이나 정보원을 인용해 신장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며 “자기 정부의 고관을 믿을 것이지, 졸렬한 연극 배우를 믿을 것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