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張曉明) 상무부주임이 12일 홍콩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AFP 연합뉴스

중국이 11일 홍콩 행정장관,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가 애국자인지를 검증하고, 홍콩 정치권 내 친중(親中) 진영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홍콩 선거제도를 확정하자 미국, EU(유럽연합)가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EU는 ‘추가 조처’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관리들은 기자회견에서 “홍콩 선거제 개편은 중국 내정”이라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의 홍콩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며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민주적 대표성을 축소하며 정치적 논쟁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낸 성명에서 새 선거제도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과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가 조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 야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선거제 변화로) 직접선거로 뽑는 입법회 의원의 비율이 홍콩 반환 이후 가장 적어지고, 범민주파(반중 성향의 홍콩 야권)의 정치 참여 공간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난 20여 년간의 진보가 한 번에 없어졌다”고 말했다고 홍콩 명보가 12일 보도했다.

홍콩 언론들은 이번 선거제 변화의 배경에 중국 당국이 홍콩 산업·금융계 엘리트들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 일부를 뽑는 선거인단을 1200명에서 1500명으로 확대하면서 기존 선거인단에 들어가 있는 홍콩 산업계, 금융계 인사 외에 ‘베이징 직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 관련 국가단체 회원’ 등을 추가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에서 홍콩 실무를 담당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張曉明) 상무부주임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범민주파라도 애국자라면 선거에 출마·당선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등의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해 장 부주임은 “이런 종류의 제재에 대해서는 우리는 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