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양회(兩會)의 계절입니다. 지난주 개막해 이번 주에 폐막을 하죠.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정치협상회의(정협)을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전인대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되죠. 전국 각 지역에서 선출한 3000명 가까운 대표가 베이징으로 집결합니다. 정협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공산당에 속하지 않은 여러 정파와 사회단체 등을 모아서 만든 국정자문기구라고 할 수 있죠. 지금은 직능단체 대표, 해외화교대표, 소수민족 대표 등도 더해져 있습니다. 임기 5년의 정협 의원도 2200명이 넘어요.

3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가 올해 정부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TV조선 캡처


◇ 인구 고령화 해법 공론화

양회는 중국에서 민의를 수렴하는 대의 기구라고 할 수 있지만, 회기는 매년 3월초 단 한차례입니다.

전인대는 형식적으로는 최고 의결기구죠. 국가 주석, 국가부주석, 국무원 총리 등 을 선출하는 권한이 있고, 예산승인권과 입법권도 갖고 있습니다. 정협은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 제안권이 있어요.

전인대와 정협 모두 중국 공산당이 이미 정한 방침을 사후 승인한다는 점에서 ‘고무 도장’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숨은 민심을 표출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어요.

궈수칭 중국은감회 주석이 3월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아주 빠른 속도로 노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CCTV 캡처

올해 양회에서 눈에 띄는 건 관영매체들이 고령화 대책을 공개리에 거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궈웨이민 정협 대변인은 정협 개막을 하루 앞둔 3월3일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인구 고령화 대응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3월2일에는 인민은행 당서기이자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인 궈수칭이 기자회견에 나와 “중국은 아주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는 엄청난 도전”이라면서 정년 연장, 개인연금보험 도입 등을 거론했습니다.


◇12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 3억명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중국은 그 강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거의 ‘고령화 폭탄’에 직면했다고 할 정도죠.

중국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억76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6%를 기록했습니다. 65세 이상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중국은 내년에 이 비율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요.

65세 이상 인구가 해마다 1000만명 전후씩 증가하고 있으니, 2033년이면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거의 3억명에 육박하게 되는 거죠. 60세 이상으로 따지면 4억명으로 중국인 10명 중 3명이 노인이 되는 셈입니다.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간다’

반면 출생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죠. 중국의 한해 출생인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만명 이하로 줄었고, 2019년에는 1465만명까지 떨어졌습니다. 10년 뒤에는 1100만명 정도가 될 거라고 해요.

저출산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부담입니다. 노동가능인구가 계속 줄면서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부양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거죠.

중국이 고통스러워하는 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빨리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2.6%에 달한 시점은 2015년이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1990년과 1992년이에요. 이 시점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우리나라가 2만7000달러, 미국이 2만4000달러, 일본이 3만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1만 달러를 막 넘긴 시점에 고령화에 직면한 거죠.

이제 1만달러를 넘었는데 벌써 고령화가 시작됐다는 게 중국의 한탄입니다. 이걸 표현한 게 ‘부유해지기도 전에 벌써 늙어간다(未富先老)’는 유행어죠.


◇노령연금 파산 위기에 정년 연장 등 검토

당장 노령연금 문제가 발등의 불입니다. 우리로 치면 국민연금이죠. 2013년부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이제는 한해 2조위안(약 350조원)을 정부가 재정으로 보조해야하는 형편입니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60%를 넘는 금액이죠.

전체 사회보장기금에서 정부 재정 보조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5%까지 올라왔습니다. 직장 및 지역 가입자가 내는 돈으로는 한해 노령연금 지출의 75% 밖에 충당하지 못해 정부가 나머지 25%를 내주는 거죠.

이대로 가면 10년 내로 노령연금기금은 바닥이 난다고 해요.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지역 의보 기금도 8년째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정년 연장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요. 남성 60세, 여성 50~55세로 돼있는 퇴직연령을 일부 선진국처럼 65~70세 수준으로 올리자는 겁니다. 노령연금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죠.

모두 논란이 있는 문제인 만큼 당에서는 큰 방침만 내놓고, 전인대나 정협이 이번 양회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밟아달라는 게 공산당의 주문입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고도성장을 해왔는데, 이제 그에 따른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중진국 함정’이고 또 하나가 ‘고령화 폭탄’입니다. 모두 공산당식 독재정치로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