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라는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요즘 대만으로 부지런히 출근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이례적으로 중국 방공식별구역 안까지 들어갔죠.

B-1B의 대만 해역 출근은 지난 5월초 시작됐습니다. B-1B 4대로 구성된 제9 폭격비행대가 5월1일 괌에 배치된 직후죠. 항공기 추적 사이트 ‘에어크로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B-1B는 5월4일부터 11월17일까지 총 5번 대만에 출격했습니다. 인근 남중국해에 온 것을 포함하면 7번이죠. 거의 한 달에 한번 꼴입니다.


◇대만 통일은 시진핑 종신집권 카드

1시간당 운용비용이 1억원을 넘는다는 값비싼 전략 자산을 이렇게 자주 운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제9 폭격비행대가 괌에 배치된 시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지난 5월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때입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50년 동안 홍콩의 기존 민주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했죠. 미국은 다음은 대만이라고 본 겁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홍콩 보안법 통과에 대해 민주주의 파괴라는 비난이 거세죠. 그런데, 중국 내에서는 이걸 ‘2차 반환(二次回歸)’이라고 합니다. 1997년 홍콩 반환은 반쪽 짜리였고, 이번에 진짜로 돌려받은 것이라는 의미죠. 종신 집권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역사에 남을 큰 업적 하나를 만든 겁니다.

미국과 대만에서는 시 주석이 집권 10년이 끝나는 2023년 집권 연장책의 일환으로 대만 무력 통일이라는 야심만만한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봅니다. 시 주석은 작년 1월 “평화 통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죠.

군사적으로도 최근 수년간 해군력을 대폭 키웠습니다. 이미 2척의 항모를 확보했고, 대만 침공을 위한 상륙함과 공격용 잠수함도 대거 건조했죠. 최근엔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대만섬 사방의 해역에서 대대적인 실탄훈련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견제나선 미국...폼페이오 미 국무 “대만, 중국 일부 아냐”

미국은 바빠졌죠.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군사적, 외교적 대비가 한창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라디오방송에 나와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고 말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서 “이건 내전이니 미국은 간섭말라”고 나올 것에 대비해 명분을 쌓은 겁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차관 등 트럼프 행정부 고관들이 잇달아 대만을 방문한 것도 중국에게 오판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 거죠.

F-35B 등 20여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어 준항모로 분류되는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가 지난 8월27일 대만 부근 해역을 지나고 있다. 아메리카호가 대만 해역에 파견된 건 처음이다.


미국 내에서는 당장 내년 1월20일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직전 중국이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옵니다. 권력 교체기를 맞아 의사 결정 시스템이 어수선할 때를 노린다는 거죠.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거사일은 취임식 이틀 전인 1월18일입니다. 중국 군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대만 해역 인근에서 지금까지 해온대로 통상적인 군사 훈련을 하죠. 미국 대선을 둘러싼 갈등과 코로나 19 사태로 정신이 없는 미국 등 서방세계가 또 “무력 과시하는구나”하고 여기도록 한다는 겁니다.

◇내년 1월 침공 시나리오, “미 대통령 취임 직전 취약 시기 노릴 것”

그러다가 18일 차이잉원 총통을 비롯한 대만 최고위층에 ‘항복하지 않으면 무력 침공하겠다’는 기습 메시지를 보내요. 동시에 중국 정보요원과 특수부대 요원들을 대만 주요 도시에 투입해 중요 설비와 군사시설을 파괴합니다. 또 사이버공격을 통해 대만의 미디어와 전력망도 마비시키구요.

이미 대만 해역에 파견된 중국 해군은 대만 해군 전함을 기습 공격하고, 잠수함 부대가 대만 남북 해역에 배치돼 만약에 있을 미 해군의 반격에 대비합니다. 이어 진먼, 마쭈, 펑후 등 대만에 속한 섬들을 점령하고, 이어 상륙전에 들어가 대만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시나리오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것처럼 미국이 손쓸 틈을 주지 않고 손자병법식 기만전으로 대만을 통일한다는 겁니다.

상황이 끝난 이후 있을 수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내전 불간섭’을 내건 공격적인 외교로 버틴다는 거죠. 중국은 이미 홍콩 보안법 통과 당시 이렇게 버틴 경험이 있습니다.

제임스 위너펠트 전 미국합동참모본부 차장(왼쪽)과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

만화같은 시나리오인데, 이걸 만든 분들이 간단찮은 분들이에요. 이 시나리오는 지난 8월 미국 해군 민간 싱크탱크인 해군연구소(USNI)가 발행하는 매거진에 나왔는데, 해군 제독(대장)으로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 북부사령관 등을 지낸 제임스 위너펠트와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마이클 모렐이 공동 저자입니다.

모렐 전 부국장은 뉴욕타임스가 바이든 행정부의 첫 중앙정보국장에 유력한 인물 3명 중 1명으로 꼽았죠. 미국군과 정보 분야의 최고 엘리트 출신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그린다는 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잖다는 얘기겠죠. B-1B가 대만 해역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제임스 파넬 전 미국 태평양함대 정보국장도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 인터뷰에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분쟁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가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