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계 불신이 만든 ‘리커창 지수’

지난주 중국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을 발표했습니다. 1분기 -6.8%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분기 3.2%로 호전됐고, 3분기에는 4.9%를 기록했죠. 3분기까지 합쳐보면 작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는 게 중요한 대목입니다. 올해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 경제가 올해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 통계를 믿을 수 있느냐는 시각이 없지 않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는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이 통계를 보면서 독일인들은 ‘중국이 정말 코로나 터널에서 벗어난 거냐’ ‘믿을 수 있는 거냐’는 의문을 떠올린다”고 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6월1일 산둥성 옌타이를 방문해 한 노점상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날 "노점 경제는 취업의 중요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망

◇중국 통계 불신이 만든 ‘리커창 지수’

중국 통계와 관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이름을 딴 리커창지수가 유명하죠. 리 총리가 랴오닝성 서기를 맡고 있던 2007년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났을 때, “중국 GDP 통계는 인위적이라 믿지 않는다. 철도 화물 운송량과 전력사용량, 은행대출액 등 3가지 지표를 보고 판단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3가지 지표를 반영해 리커창지수라는 걸 만들었죠.

지금도 중국 31개 성시(省市)가 해마다 중앙정부에 보고하는 GDP를 합치면 중앙정부 집계보다 10% 전후가 많습니다. 지방 관료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숫자를 끌어올리는 거죠.

다만, 중앙정부가 정확한 통계를 위해 노력하는 건 평가해야합니다. 지방정부가 실적 부풀리기를 한다는 것도 중국 당국 스스로 공개하는 거죠. 지방 관료들을 평가할 때 GDP 증가율이 차지하는 비중도 대폭 낮췄습니다. 대국을 통치하는데 정확한 통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겠죠.

중국 통계의 신뢰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습니다. 서방 연구기관이나 다국적 투자은행들도 중국 통계를 믿고 분석하는 곳이 많아졌죠.

그래도 의심스러울 때는 다른 통계와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리커창 총리도 들여다 본다는 전력 소비량이 그중 하나죠.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 통계도 소비 흐름을 파악하는데 유용합니다. 중국 내 자동차메이커 중 상당수는 외국계 합작사여서 믿을만한 통계가 나와요.

/자료:중국전력기업연합회

◇GDP 증가율과 전력소비의 함수관계

위 그래프는 중국전력기업연합회가 집계한 올해 중국 전력 소비량이에요. 3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였다가 4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집니다. 9월엔 7.2% 증가하면서 1~9월 전체 전력사용량도 1.3% 증가세를 기록했죠. GDP 추세와 대체로 비슷한 흐름입니다.

중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 3월 전년 대비 43.3%나 줄었죠.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그런데 4월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섰고, 9월엔 16.4%나 증가했습니다. 벤츠, 볼보 같은 프리미엄 승용차가 잘 팔린다고 해요. ‘보복성 소비’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중국 경제가 V자를 그리며 회복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판단돼요.

/그래프

◇1360조원 빚으로 만든 성장...동력은 미약

다만, 그 동력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올해 8조 위안(약 1360조원)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의 2배에 이릅니다.

경기 부양자금은 크게 2개의 루트로 투입되고 있어요. 그 중 하나는 철도, 도로 건설 같은 인프라 건설 투자 분야입니다. 또 한 축은 자동차 구매자 등에게 직접 소비 보조금을 지급하는 거죠. 중국 지방정부들은 요즘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하면 차량 가격 3% 전후의 보조금을 줍니다. 지난 수년간 죽을 쑤던 자동차 판매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어요.

경기 반전엔 성공했지만 낙관할 정도는 아닙니다. 9월 공업생산 증가율은 6.9%, 소비증가율은 3.3%, 투자증가율은 8.7%인데, 아직 정상 수치와는 거리가 있죠. 올해 1~9월 전체 증가율로 보면 투자는 0.8%, 소비는 -7.2%, 수출은 1.8%입니다. 신규취업자수는 작년보다 18% 이상 줄었어요. 수출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그것도 방역 물자 특수에 따른 것이라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8조 위안이라는 막대한 경기 부양 자금을 쏟아부은 데 비하면 성적표가 그다지 신통치 않아요. 2008년에도 그랬듯이 중국 지방정부들은 이제 부채 더미 위에서 신음하게 될 겁니다. 중국 민간에서는 코로나 충격이 지나간 이후 중국 경제 성장률이 6%대에서 5%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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