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연일 전투기와 폭격기를 대만 방향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공세(攻勢)는 대만해협 상공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군은 산하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최신 전략 폭격기가 적군의 활주로를 폭격하는 가상의 장면을 내보냈다. 미국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이 선전물이 미국 영화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군 정치공작부 선전센터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인 ‘공군재선’은 지난 19일 3분여 길이의 동영상을 올렸다. 중국 전략 폭격기인 훙(轟·H)-6K 조종사가 적군 공군기지를 공격하고 귀환하는 내용이다. 폭격기의 이륙 준비나 비행 장면은 실제 영상이지만 함께 폭격기에 투하된 미사일 등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 화면이었다. 일부 매체는 영상 속 중국 폭격기가 미국 괌 앤더슨기지와 비슷한 모양의 활주로를 폭격하는 것으로 나온다며 미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기도 했다.

중국 최신 전략폭격기가 발사한 크루즈마시일이 적국 활주로에 떨어지는 장면. 가상의 장면이다. /중국 공군재선

하지만 폭격기 공격의 충격으로 땅바닥과 버려진 차량 위에서 있는 모래가 튀어오르는 장면은 미국 영화 ‘하트 로커’의 장면과 똑같다. 2008년 개봉한 하트 로커는 이라크에 투입된 미군 폭발물 제거반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하트 로커뿐만 아니라 1996년 개봉한 미국 액션영화 ‘더 록’의 화면도 쓰였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이후 본격 교전 경험이 없다. 그래서 선전물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미국 영화 장면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SCMP는 2011년에도 중국 관영 CCTV가 내보낸 중국군 훈련 영상에 미국 전투기 조종사를 다룬 ‘탑건’(1986년) 장면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군이 만든 최신 폭격기 선전 영상 속 장면. 중국 폭격기의 공격으로 버려진 차 위의 흙과 모래가 튀어오르는 장면. 미국 영화 '하트 로커' 장면과 똑같다./중국 공군재선

훙-6K는 핵 공격이 가능한 중국의 최신 장거리 전략폭격기다. 작전 반경이 3000㎞로 2015년 중국 공군이 처음으로 바시해협(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해협)을 돌파해 태평양까지 원양 훈련을 했을 때도 투입됐다. 사거리 1500㎞인 창젠(長劍·CJ)-10 크루즈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이륙해 괌의 미 공군기지는 물론 태평양상의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