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4억명을 넘어선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가 300만명이 넘는 공무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인구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을 제치고 인구 세계 1위로 올라선 이후 처음 실시되는 전면 조사로, 조사 결과는 향후 인도의 사회·경제 정책 방향을 좌우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1일 10년 주기 인구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당초 가장 최근 조사였던 2011년에 이어 2021년에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됐다. 이번 조사는 약 1년에 걸쳐 진행돼 내년 3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조사에 약 1171억8240만루피(약 1조8800억원)와 함께 310만명의 공무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행정 동원으로 평가된다.
인구 조사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각 가구를 방문해 주택 형태와 주거 환경을 조사한 뒤, 두 번째 방문에서 가구 구성원·교육 수준·경제활동 상태 등 사회·경제적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인도는 영토가 넓고 인구가 워낙 많은데다 슬럼 등 기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거주 형태도 많아 이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뒤, 거주 현황을 바탕으로 인구 특성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각 가구에서 온라인으로 주요 내용을 먼저 입력한 뒤 조사원이 방문해 이를 확인하는 디지털 방식도 처음으로 병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조사를 위한 포털은 16개 언어로 제공된다.
특히 주목되는 항목은 카스트(caste) 정보 수집이다. 카스트는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귀족·무사), 바이샤(상인), 수드라(천민) 등으로 구분되는 전통적 신분 체계다. 1950년 헌법에서 공식적으로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교육·취업·결혼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카스트 데이터를 다시 수집하는 것은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공공 부문 채용이나 대학 입시 등에서 하위 카스트 신분에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예약제(우대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계층별 통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카스트 조사가 사회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강대국 도약을 추진하는 국가가 신분 체계를 공식 통계에 다시 포함시키는 것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인도는 2011년 약 80년 만에 카스트 정보를 수집했지만 정확성 논란 등으로 결과를 전면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카스트 정보 수집 자체는 하되 결과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인구 집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인도는 2023년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국가로 올라섰다. 전체 인구의 약 60%가 35세 이하일 정도로 ‘젊은’ 국가다. 고령화·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직면한 주요 선진국과 달리, 인도는 인구 구조의 활력을 노동력 확대와 경제 성장으로 연결시켜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인도 정부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을 수립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