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3일 금요일 인도 구와하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일 숨가쁜 ‘통화 외교’를 벌이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28일 공습 직후부터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중동 지역 실권자들과 잇따라 통화했다고 공개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일 “바레인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과 서아시아 지역의 현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해당 지역의 에너지 및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며 이러한 공격이 세계 식량, 연료, 비료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조했다”면서 “바레인에 거주하는 인도인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그의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모디는 카타르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 등과도 통화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서도 빠지지 않고 “각국에 거주하는 인도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외교적 수사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인도가 마주한 냉엄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중동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웬만한 중견국에 버금가는 약 100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보면 UAE에만 약 350만명이 살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270만명, 쿠웨이트 100만명, 카타르 80만명, 오만 66만명, 바레인 35만명 등으로 집계된다. 이곳 지역에 인도인들이 깊숙이 뿌리내려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발이 묶였던 한 가족이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UAE의 경우 전체 인구의 35%가 인도인일 정도로 사람이 많다다. 이들은 건설·서비스업은 물론 의료·금융·정보기술(IT) 등 전문직에서 주로 종사한다.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은 인도 경제의 ‘숨은 버팀목’이기도 한데,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UAE발 송금은 전체의 약 19%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송금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 지역은 인도인에게 일터이자 거대한 외화 창구인 셈이다.

문제는 이번 전쟁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민간 시설까지 공격의 범위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두바이·아부다비·도하 등 이 지역 주요 공항에서 1000편이 넘는 항공편이 취소됐고, 수천 명의 승객이 발이 묶였다. 이곳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는 현지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관광객과 체류 노동자, 출장자까지 인도 국적자 다수가 이동 제한과 안전 우려에 직면한 것이다.

이 때문에 모디가 사태를 “중대한 우려 사항”으로 규정하는 것을 넘어 각국 지도자들과 통화하며 “인도인 공동체의 안전”에 대해 강조하고,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입장에서 중동 위기는 단순한 지정학적 변수 이상의 자국민 생명과 경제 기반이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