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태국·캄보디아 국경 인근 태국 사깨오주(州)의 임시 대피소에서 피란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국경 지역 영유권 문제로 충돌했던 양국은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 합의를 체결했지만 최근 교전을 재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지대 무력 충돌과 관련해 또 한 차례 휴전 중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지에서는 교전이 이어지며 양국의 입장 차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태국은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고, 캄보디아는 태국의 공습이 지속되고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13일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 땅과 국민에게 더 이상 피해와 위협이 없다고 느낄 때까지 (캄보디아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오늘 아침 우리의 행동(공습)이 이미 이를 말해준다”고 썼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아누틴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양국이 오늘 저녁부터 모든 교전을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 평화 협정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는데, 이와 배치되는 것이다.

훈 마네트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캄보디아는 10월 협정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일어난 자국과 태국의 교전 과정에서 어느 나라가 먼저 발포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미국 등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엑스를 통해 “(오늘도) 태국군이 F-16 전투기 2대를 동원해 여러 목표물에 폭탄 7발을 투하했다”며 “태국 군용기는 아직도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지난 5월부터 무력 충돌을 반복해오다, 지난 10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하에 함께 휴전 협정문에 공동 서명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두 나라 간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였으나 양국은 지난달 10일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충돌했다. 태국 군인 2명이 중상을 입은 이 사건을 두고 태국은 캄보디아가 새로 지뢰를 매설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캄보디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사고”라고 했지만, 아누틴 총리는 “결코 우발적인 길가 사고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두 나라 모두 서로의 땅을 지배한 역사가 있는 가운데,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는 과정에서 처음 측량된 817㎞ 국경선 일부 구간의 경계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