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에 위치한 32층 규모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28일 기준 최소 128명으로 늘어났다. 실종자 규모도 270여 명으로 추정되는 구조 작업의 ‘골든 타임’이 지나가면서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역대 최악의 고층 빌딩 화재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0년 中 상하이… 2017년 英 런던 - 2010년 11월 15일 중국 상하이 징안구의 28층 고층 아파트가 화염에 휩싸인 모습(왼쪽 사진). 외벽 단열 공사 중 튄 용접 불꽃이 우레탄폼 등 가연성 자재와 나일론 안전망에 옮겨붙어 58명이 숨졌다. 오른쪽 사진은 2017년 6월 14일 영국 런던 서부의 24층 공공 임대 아파트 ‘그렌펠 타워’의 화재 모습. 1년 전 리모델링 때 외벽에 덧댄 가연성 알루미늄 피복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72명이 숨졌다. /위키피디아·게티이미지코리아

홍콩 참사는 고층 건물이 직면한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 사회에서 도심 고밀화가 가속되면서 식당·쇼핑·주거 시설이 한꺼번에 있는 ‘주상 복합 건물’과 초고층 빌딩은 일상적인 공간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이 건물들에서 불이 날 경우, 뜨거운 공기가 위로 상승해 삽시간에 불이 번져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원적 공포심도 깊어지고 있다. 영화 ‘타워링(1974)’ ‘타워(2012)’ 등 고층 빌딩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이러한 집단적 불안감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홍콩 화재는 2017년 6월 발생한 런던 24층짜리 그렌펠 타워 화재에 비견된다. 그렌펠 타워도 웡 푹 코트와 마찬가지로 서민 밀집 거주지였다. 그렌펠 타워는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탓에 불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져 7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 참사’라 불렸다. 영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 고층 건물 등의 외벽에 가연성 소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래픽=박상훈

앞서 2010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도 겨울을 맞아 28층 고층 아파트 외벽 보수공사 도중 무면허 용접공이 규정을 무시한 채 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해 58명이 사망했다. 당시 다수의 중앙 공산당 퇴직 원로들도 이곳에 거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주요국의 대형 화재 사고에선 방재 시스템의 결함이 피해를 키운 사례가 적지 않다. 1974년 브라질 상파울루 25층짜리 주에우마 빌딩 화재로 180여 명이 사망했다. 당시 12층에 있던 에어컨 장치가 과열돼 불이 번졌고, 가연성 소재들에 불이 옮겨가 20분 만에 건물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화재 경보기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비상계단 등도 없어 화를 키웠다. 198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호텔 화재에서는 화재 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85명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71년 성탄절 아침 당시 최고급이던 서울 대연각호텔에서 액화석유가스(LPG) 폭발이 일어나 지하 2층, 지상 21층 건물이 불에 전소됐다. 옥상문이 닫혀 있어 제대로 대피가 이뤄지지 못했고, 스프링클러 등 자동 소화 설비가 작동되지 않아 163명이 숨졌다.

반면 비슷한 규모의 화재 사건에서도 방재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피해가 최소화된 사례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86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토치 타워’에서 2017년 8월 발생한 화재는 40여 층이 탔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울려 주민들은 즉시 지상으로 대피했고,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방화벽도 기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