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도 뉴델리 대표 관광 명소 중 하나인 ‘붉은 요새’ 인근에서 폭발로 불에 탄 차량 잔해를 수사 당국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도와 파키스탄 수도에서 하루 간격으로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졌다. 오랜 앙숙 관계인 두 나라가 이번 사고 배후로 서로를 지목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 수도 뉴델리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붉은 요새(Red Fort)’ 인근 도로에서 한 차량이 정차 중 폭발했다. 경찰은 차량이 신호대기 중이던 상황에서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가 되기 직전 갑자기 폭발했다고 밝혔다. 시한폭탄이 탑재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최소 8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으며, 6대의 차량과 3대의 오토릭샤(인도의 삼륜택시)가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뉴델리에서 대규모 폭발로 인명이 희생된 건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사건 직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뉴델리에서 발생한 끔찍한 폭발 사고는 모두에게 깊은 고통을 안겼다”며 “모든 기관이 동원돼 이 음모의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적었다.

11일 전날 인도 뉴델리 대표 관광 명소 중 하나인 ‘붉은 요새’ 인근에서 폭발 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유가족 등이 슬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카슈미르 출신 의사 3명을 테러방지법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이슬람 무장 단체 ‘자이시-에-무함마드’(JeM) 등과 연관된 인물들이라고도 했다. JeM은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인도 경찰관 40여 명을 숨지게 한 조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1940년대와 1960년대 전쟁을 벌였던 앙숙 관계다. 지난 4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관광객 등 26명이 숨진 총기 테러가 발생하자 다음 달 미사일 공격까지 주고받았고, 사흘 만에 극적으로 휴전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지방법원 인근 폭발사고 현장에서 수사 당국자 등이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뉴델리 차량 폭발 사건 다음 날에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점심 시간쯤 한 남성이 법원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자 입구 근처에서 폭탄을 터뜨렸고, 이로 인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파키스탄 정부는 즉각 분리주의 무장 단체 ‘파키스탄 탈레반(TTP)’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이 이 단체를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싸잡아 비난했다. 파키스탄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인도가 (TTP 지도부가 있는) 아프가니스탄 영토에서 테러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 외교부는 “파키스탄 정부의 망상적 주장”이라며 즉시 반박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인도뿐만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과도 무력 충돌을 벌였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9일 TTP 지도부를 겨냥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공습했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군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군인과 민간인 등 70여 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