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활주로를 수천 명이 점거하고, 여객기의 이동형 탑승교((橋)에 오르려고 매달리고, 심지어 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의 외부 동체에까지 올라가 결국 공중에서 떨어지고…. 전 세계로 중계된 이 최악의 ‘미국의 아프간 철수’ 모습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서로 ‘네 탓’싸움을 하고 있다.
◇바이든 참모들, “트럼프의 철수 계획은 ‘텅 빈 장(欌)’이었다”
바이든 백악관의 국가안보 참모들은 18일 인터넷 뉴스매체 액시오스에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간 철수 계획과 관련해서는, ‘텅 빈 장(a bare cupboard)’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참모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어떻게 철수를 진행할 것인지 부처 간 계획이란 것도 없었다. 우리 외교관들을 어떻게 공항까지 이동시킬 것인지 대한 계획도 없었다. 1월20일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에, 선반에 이런 게 전혀 없이, 장은 텅 비었다”고 비난의 화살을 전(前) 행정부에 돌렸다. 이들은 또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작년 11월 11일, 트럼프가 느닷없이 자신의 퇴임(1월20일) 전인 올해 1월15일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이라크, 아프리카에서 모든 미군을 철군하라는 대통령 메모를 국방장관에게 보내면서, 다른 모든 협의는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바이든, 철군일자 4개월이나 늦추면서 뭐했나?”
이에 앞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17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7월 ‘탈레반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아프간 전국토를 점령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사람들이 대사관 지붕에 올라가 헬기를 매달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 달 뒤 그대로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펜스는 “바이든이 분명한 이유 없이 애초 철군 일정(5월1일)보다 4개월이나 늦추면서 아무런 철수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며 “수십억 달러의 미군 장비 이송 계획이나, 카불을 탈출하려고 몰려드는 수천 명의 미국인들을 소개하는 계획, 미국에 망명 신청한 아프간 난민들의 재정착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화국수비대 사령관과 IS 지도자 제거를 보면서, 탈레반은 미국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작년 2월 탈레반과의 ‘도하 평화 협정’ 이후 단 한 명의 미군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저 트럼프가 탈레반과 약정한 철군 일자를 지키고 싶지 않았고, 탈레반은 이런 바이든에 맞서 대공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펜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학살을 막으려고, 철수하는 판국에서야 되레 미군을 증파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6일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도, 혼돈 그 자체가 된 철수 과정에 대한 책임은 전임자에게 돌렸다. 그는 트럼프가 “탈레반에게 힘을 실어줘 2001년 이래 군사적으로 가장 강한 상태가 되게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바이든 연설 수 시간 뒤에 이메일 성명을 내고 “바이든은 우리 행정부가 그를 위해 만들어놓은 철수 계획을 따르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을 도망쳐 나왔다”며 “카불의 미국 대사관 위에 탈레반 깃발이 걸리다니 얼마나 수치스럽나. 연약함과 무능력, 지리멸렬한 전략이 빚은 완전한 실패”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