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통적인 보수주의 논조를 대변하는 인터넷 뉴스 매체인 ‘불워크(The Bulwark)’는 지난 16일, 탈레반의 추적을 피해 은신 중인 한 아프간 공군(AAF) 조종사가 보내온 ‘구조 요청’ 메시지를 소개했다. ‘불워크’는 문자 메시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아프간 동부 쿠나르 주(州)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아프간 조종사는 “다른 아프간 조종사들과 함께 숨어 있으며, 탈레반이 우리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7명의 자녀를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래 가족과 헤어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수년 살면서 영어를 배웠고 학부 조종사 훈련과 고급 조종사 훈련 과정을 마쳤다”며 “아프간 공군 조종사들은 아프간군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최고의 전사(戰士)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AAF 조종사들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특히 지난 1년간 탈레반은 우리를 집요하게 추적했고 많은 조종사가 암살됐다”며 “주말에도 탈레반은 여러 조종사를 처형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공군력이 없었다.
이 아프간 공군 조종사는 “미 공군 고문관들과 함께 일했던 기억이 가장 좋았지만, 그들이 5월 아프간을 떠나자 나는 이런 날이 올까봐 매우 두려웠다”고 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정교한 미제(美製) 전투기들의 관리 문제였다. 그는 “항공기 정비를 맡은 미국인 민간계약자들이 떠나자 매우 힘들어졌다. 항공기 정비사를 키워내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썼다. 자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었던 소련제 M-17 헬리콥터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군이 기꺼이 싸우려하지 않는 전쟁에 미군을 보내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아프간 공군 조종사는 “많은 아프간 병사가 용감하게 죽었다. 나도 15년 넘게 싸웠다. 우리 모두가 항복하고 그만 둔 것은 아니다. 일부 조종사들이 군을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이 떠난 뒤에 군수품 보급이나 정비의 불량, 부패는 정말 우리를 힘들게 했다”며 “우리가 구조되지 않는다면, 결국 탈레반의 손에 처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프간 조종사는 “미국인들이 우리가 더 오래 버티지 못한 것에 분노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미국이 정말 신속하게 철수했을 때에, 우리 사기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쳤다. 자기 뱃속만 챙기고 사라진 아프간군의 고위 지휘관들에겐 매우 화가 나지만, 수천 명의 아프간 장교들은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역관, 시민사회 활동가뿐 아니라, 아프간 군인들까지 많은 아프간인들이 미국을 신뢰하고 함께 싸우는 것을 좋아했다”며 “제발 우리와 우리 가족을 버리지 마시오. 제발. 우리는 훌륭한 미국인이 될 것”이라며 구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