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사단이 3일 올 초 쿠데타 발생 후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를 방문했다. 지난 4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군정과 ‘즉각적 폭력 중단, 특사단 방문 허용'을 합의한 지 40일 만이다. AFP를 비롯한 외신 매체들은 “아세안 특사단 방문이 4개월 동안 8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미얀마 사태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세안의 림 족 호이 사무총장과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에리완 유소프 제2 외무장관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도착했다. 림 족 호이 사무총장 등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과 4일 만나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특사단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1967년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 등 5국의 안보 협력 기구로 출범해 베트남·라오스·미얀마 등 총 10국으로 회원국을 늘려가며 현재의 준(準)국가연합 수준으로 성장했다. 정치·경제적 결속도가 높고 문화 교류도 빈번하다. 반(反)쿠데타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총격에 거리낌없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지난 4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즉각적 폭력 종식’ ‘정치범 석방’ 등의 합의에 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미얀마 군정은 합의 이후 각종 ‘정상화’ 조치들을 단행해왔다. 이달 1일 전국 공립학교에 개학을 지시했고, 시위 등으로 중단된 일부 공업지대 공장들을 재가동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미얀마 중앙은행이 여러 민간 은행 고위직들을 압박해 영업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특사단 방문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세안 특사단이 이번 방문에서 아웅산 수지 측 민주화 세력을 만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얀마의 정치 분석가 데이비드 매디슨은 AFP에 “자칫 이번 방문이 미얀마 군정에 쿠데타 성공의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고 했다.

‘정상화’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적 파업 사태와 시위가 이어지는 것도 혼란 종식 전망을 어둡게 한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군정의 개교 조치에도 90%가량의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교사 절반 이상이 쿠데타 불복종 운동에 참여해 파업 중이다. 일반 시민들도 저항을 지속하기 위해 북부 카친주 등 소수 민족 반군 진영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도 꾸준히 늘어 현재까지 군경 진압으로 840명이 넘게 숨지고, 4500명 이상의 시민들이 구금됐다. 아세안과의 합의 당일에도 군경이 시민을 살해하고 폭력을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아세안이 미얀마 위기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가하고 있으나,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