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화장터에서 사람들이 코로나 사망자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인도에선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100만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 24일 기준 사망자는 2767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가 6일 연속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30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는 가운데 실제 누적 감염자수가 전체 14억 인구의 삼분의 일이 넘는 5억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27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누적 감염자수는 현재 1760만명 정도지만 전문가들은 보고되지 않은 사례나 미검사 사례가 많아 실제 감염자수는 이보다 20~30배 더 많은 5억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인프라와 검사 부족 등을 인도의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통계가 실제 수치와 엄청난 괴리를 보이는 이유로 꼽았다.

뉴델리 질병역학경제정책센터의 라미난 락스미나리얀 소장은 “지난해 감염자 30명 중 1명만이 검사로 적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고된 감염자는 실제 감염자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망률도 심각하게 과소평가됐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보고된 사망률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망률보다 훨씬 높다”고 했다. 최근 인도에서는 화장터가 모자라 임시 화장터에서 코로나 사망자들의 시신을 처리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24일(현지 시각) 한 코로나 환자가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도는 누적 약 19만8000명의 사망자를 보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가 이보다 최대 5배 많은 99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맥스 로덴벡 이코노미스트 남아시아 지국장은 “지난 주 델리에서는 최소 3000명이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델리의 공원부지에는 화장장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100개의 새로운 장례식장을 짓고 있다. 델리 외 다른 곳의 상황은 더욱 끔찍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대 건강측정및평가연구소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인도의 하루 사망자 수는 5월 중순까지 계속 증가해 현재 하루 사망자 수의 4배가 넘는 1만3000명 이상을 기록하며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에서의 코로나 검사율은 제1차 유행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차 유행 당시 하루 50만명이던 검사자가 현재는 200만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숨야 스와미나탄 박사는 “검사자 중 확진자가 전국에서 15%, 델리 등 일부 대도시에서 30% 이상이라는 점은 (검사가) 여전히 부족해 감염이 됐지만 검사를 못받아 집계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며 “혈청검사(코로나에 대한 항체 보유율 검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이러한 사람들의 수가 보고된 것보다 적어도 20~30배 더 많은 5억2900만여명”이라고 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28일(현지 시각)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환자수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무증상 환자가 검사를 아예 받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인도의 각 도시나 주마다 집계 방식도 서로 다르고 집계 자체가 허술하며 시골 오지 지역까지 검사 장비가 도달하지 못하는 등 여러 이유가 꼽히고 있다. 인도 사망자 중 대부분이 병상 부족으로 병원이 아닌 집이나 다른 장소에서 사망해 사인 규명이 어렵다는 점도 있다. 브라마 무커지 미시간대 역학 교수는 “모든 나라가 코로나 관련 사망자를 분류할 때 어느 정도는 이런 문제를 다 가지고 있겠지만 인도의 경우 이 문제가 극심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도는 코로나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27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2만3144명, 신규 사망자가 2771명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인도 뉴델리의 일부 병원에서는 최근 환자들의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어지며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인도에 대한 세계 각국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