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각) 인도 수도 뉴델리와 북부 하리아나주(州) 서부 접경 지역. 현지 공중파 방송 인디아TV는 이곳에서 허름한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10~12명씩 조를 지어 벽돌을 나르거나, 모르타르(모래·시멘트를 섞은 접착제)를 벽돌에 바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건설자재를 실은 소형 트럭들도 도로를 분주히 오갔다. 인디아TV는 “최근 뉴델리 외곽 도로 주위에선 주택 건설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親)시장 농업 개혁에 반대해 100일 넘게 ‘노숙(露宿) 투쟁’을 벌여온 지방 농민들이다. 이들은 작물별 최저 가격 보장제를 무력화하는 모디의 농업 개혁법을 규탄하며 작년 11월부터 수십만명 규모로 상경 시위를 하고 있다. 당국이 진입을 막자 수도 외곽에서 타고 온 트랙터나 천막 내에서 숙식하며 겨울을 났다. 그러던 농민들이 봄이 되자 시위 장기전에 대비해 집을 짓고 나선 것이다. 인도 매체 더프린트에 따르면 최대 2000채가량 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다.
시위대가 집을 짓는 것은 인도의 혹독한 여름 나기가 주목적이다. 뉴델리 등 인도 북서부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비교적 따뜻한 반면, 여름은 사막 지대인 서부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 최고기온이 영상 50도에 육박할 만큼 덥다. 인도 NDTV는 “농민들이 노숙을 하기엔 여름 모기와 더위를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농민들이 모디와의 초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급조한 주택이지만 나름 주거 기능이 충분하다고 현지 언론들은 말한다. 실제 완공된 일부 가옥을 보면 대략 10~20㎡ 면적으로 15명가량을 수용하고, 조리 시설과 창문·환풍구까지 갖추고 있다. 한 농민은 인도 일간 인디안익스프레스에 “조만간 전기 설비도 확충해 에어컨도 들여놓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주택을 ‘파카(Pucca·영구적) 주택’으로 부르고 있다.
불법 건축물이지만 철거는 쉽지 않다. 주택 상당수가 뉴델리와 맞닿은 하리아나주(州) 편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하리아나주는 토지 80%가량이 경작지로 농민들 입김이 센 곳이어서 당국이 이 집들을 함부로 철거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주 경찰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건축 중단을 요청했다”면서도 “이미 지은 집들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농민 시위는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많다. 모디 정부는 농민들과 10차례 넘게 회담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농민들은 모디가 농민 보호 정책을 버리고 친시장·기업 일변도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민과 기업 간 직거래를 허용하는 이번 농업 개혁법이 시행되면 농민들 사이에 가격을 낮춰 부르는 출혈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농민들은 오는 26일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