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현지 시각) 휠체어에 탄 채 320m 높이의 홍콩 니나타워를 등반하는 라이 치와이. /로이터 연합뉴스

10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홍콩의 전직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가 척수 장애 환자를 위한 기부금 모금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320m 높이의 고층 빌딩에 오르는 도전에 나섰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라이 치와이(39)가 전날 320m 높이의 니나 타워 등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밧줄에 자신이 탄 휠체어를 매달고 상체 힘만을 이용해 건물을 오르는 도전이었다.

약 250m까지 올랐을 때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휠체어가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돌풍을 맞으며 애썼지만 휠체어가 건물 벽유리에 부딪치고 밧줄은 마구 엉켰다. 라이 치와이는 안전상의 이유로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하고 내려왔다.

16일(현지 시각) 휠체어에 탄 채 320m 높이의 니나타워를 등반하는 라이 치와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유튜브

라이 치와이는 10시간가량의 등반이 끝나고 소감을 밝히면서 “사실 꽤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산을 탈 때는 바위나 작은 구멍을 잡을 수 있지만, 건물은 유리뿐이라 의지할 수 있는 게 매달고 있는 밧줄뿐이었다”고 했다. 꼭대기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이번 도전으로 그는 73만 홍콩달러(약 7억40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이 기부금은 척수 부상 환자를 위한 로봇 외골격 연구에 쓰일 예정이다.

라이 치와이는 20대 시절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 스피드 부문에서 네 차례 메달을 딴 홍콩의 간판 클라이밍 선수였다. 두 차례 아시아 챔피언(2002·2003년)에 오르고 두 번은 은메달(2000·2006년)을 땄다. 한때 세계 랭킹 8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6일(현지 시각) 휠체어에 탄 채 320m 높이의 홍콩 니나 타워를 등반하는 라이 치와이.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2011년 그는 불운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사고 후 6개월간은 절망에 빠져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라이 치와이는 “그냥 사는 것 말고,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궁금했다”며 “그때 휠체어를 타고도 암벽을 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도르래에 휠체어를 연결해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2016년 12월 9일, 교통사고를 당한 지 꼬박 5년이 된 날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 홍콩의 상징인 사자산(Lion Rock) 암벽을 타 495m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다시 등반을 하며 더러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아직도 무언가 꿈꾸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라이 치와이는 이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