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를 연상시키는 큰 덩치와 덥수룩한 털, 용맹한 기질 때문에 최고급 반려견으로 인기가 높았던 티베트마스티프(일명 사자개)가 최근 들개로 야생화하면서 중국 토종 생태계는 물론 사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큰 덩치에 덥수룩한 갈기 때문에 '사자개'로도 불리는 티베트 마스티프. /터프츠대학 홈페이지

SCMP는 한 때 수백만 위안을 주고 구입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던 이 개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최근 원산지인 티베트 고원 일대에서 버려진 티베트마스티프들이 들개가 돼서 사람과 야생동물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염병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생화된 티베트마스티프들은 특히 멸종위기종인 눈표범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2014년 이 지역에 동물보호센터를 설립한 인행씨는 자신이 본 동영상 장면을 설명했다. 눈표범이 산양을 사냥해서 막 먹으려던 찰나 여러 마리의 티베트마스티프들이 들이닥쳐 위협했고, 결국 먹이를 포기하고 도망쳤는데, 이런일들이 종종 일어나면서 고유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방지책의 하나로 입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베이징대 생명연구소에 따르면 티베트고원 북동부 칭하이성에서 2014년 이래 떠돌이개는 16만 마리로 집계됐는데 이중 97%가 티베트마스티프였다.

이 연구소의 리우밍유 연구원은 “티베트고원에 서식하는 모든 육식동물중에서 마스티프가 가장 빠르게 숫자를 불리고 있다”며 “이들은 무리를 지어서 다른 육식동물과 먹이와 서식 공간을 다툰다”고 했다. 마스티프가 늑대나 사자처럼 무리를 지어다니며 곰을 쫓거나, 닭·오리·여우·염소를 잡아먹고 심지어 사람까지 공격한다는 주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떠돌이개가 된 마스티프들을 보호하는 칭하이성의 한 임시 보호소. CGTV 홈페이지

실제로 2016년에는 여덟살 여자어린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있던 떠돌이 암컷 마스티프에게 물려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티베트 지역에서는 매달 평균 180건의 개물림 사고가 벌어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문제는 이들이 음식, 물, 토양 등을 통해 사람에게 광견병과 포충증 등 전염병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마스티프는 여느 개와 확연히 구분되는 외모 때문에 부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지난 2014년에는 저장성에서 한 살짜리 티베트 마스티프 강아지 한 마리가 한 부동산사업가에게 1200만 위안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스티프를 구입하려는 이상 열기로 인해 과잉 번식됐고,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많은 개들이 인간에게 버림받아 떠돌고 있으며 야생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중국 전역에 3000곳까지 달했던 마스티프 교배센터는 1000곳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다보니 반려목적으로 길러지던 마스티프가 식용견으로 희생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때 마스티프 교배업자였지만 지금은 유기견이 된 마스티프의 구호 활동 자원봉사자가 된 상저우씨는 2017년 제작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내가 거래하던 개들이 고기맛을 더 좋게 한다며 산채로 잔혹하게 도살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지만, 티베트마스티프는 역사적으로도 귀한 존재로 대접받아왔다. 특히 원나라 때는 군견으로 애용됐다. 티베트 설화에는 백성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씨앗을 몰래 훔치려던 왕자가 괴물에게 발각돼 이 개로 바뀌었고, 개로 변한 왕자는 백성들에게 씨앗을 주기 위해 먼길을 여행했다는 내용이 있다. 티베트인들의 마스티프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 단면이다.

수컷 티베트마스티프의 어깨높이는 66cm에 이르고 몸무게는 45㎏다. 이런 위풍당당한 몸집에 덥수룩한 갈기 때문에 ‘사자개’라는 별칭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자 못지 않은 맹수로 다른 동물과 사람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