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BBC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맨스 스캠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이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로맨스 스캠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681명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27일 홍콩의 페리선 안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홍콩 당국은 로맨스 스캠 피해가 늘어난 배경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지목한다. 사기꾼들이 왜 연인을 만나러 가지 못하는지 속이기 위해 “자가격리 중”이라거나 “도시가 봉쇄됐다”는 것 외에 별다른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국가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에 있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도 사기꾼에게 유리한 요인이 됐다.

실제로 로맨스 스캠은 이러한 약점을 파고든다. 홍콩 로맨스 스캠 피해자 이본느(55)는 영국에 있는 남자친구로부터 “꼭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이본느의 남자친구는 “그 전에 내 딸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돈을 좀 보내주겠냐”며 4만홍콩달러(약 570만원)를 요구했다. 이본느는 간병인으로 일하며 번 돈을 남자친구에게 보내줬다. 하지만 남미에서 석유 시추를 한다던 남자친구는 돈을 받은 뒤로 연락이 없었다.

팬데믹으로 집에만 있게 된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감이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에 더 취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접촉과 관계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다는 점도 로맨스 스캠 범죄가 파고들 여지를 만들었다.

지난달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홍콩에서 응답자 65%가 우울증, 불안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특히 여성들이 이러한 범죄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는 전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올해 로맨스 스캠 피해자 중 90%가 15세 이상 85세 이하의 여성이었다. 이들의 총 피해액은 1억6000만홍콩달러(약 230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