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그린란드 소유 시도가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노르웨이가 자국이 주권을 행사하는 북극해 스발바르 군도에 대한 경계 강화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노르웨이에선 스발바르가 제2의 그린란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930㎞, 북극점에선 약 650㎞(최단거리 기준) 떨어진 스발바르는 사람(2500여명)보다 북극곰(3500여마리)이 많은 섬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백 년 전부터 러시아인, 덴마크인, 노르웨이인들이 이주했고 1차 대전이 끝난 뒤, 승전국들은 스발바르에 대한 노르웨이의 주권을 인정하되 사냥·어업·광산·토지 권리를 인정해 주는 국제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 체결국은 한국 등 46국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스발바르 니올레순에 다산 과학기지를 운영한다.
노르웨이는 최근 스발바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340여 명의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러시아 광산 마을인 바렌츠부르크 광장에는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밀착한 러시아정교회 성당도 있다. 2024년 7월 상하이와 홍콩에서 온 크루즈 관광객들이 스발바르 제도 내 중국 기지 화강암 사자상 앞에서 중국 국기를 흔들며 군복 차림으로 경례하는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중국은 노르웨이의 거듭된 명령에도 사자상을 철거하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스발바르 내 민간 소유지에 대한 외국인 매매를 금지하고, 안보 위협을 들어 중국 학생들의 현지 대학 유학을 불허하는 등 통제 조치를 취했다. 외국인 주민에게 허용했던 투표권도 제한해, 노르웨이 본토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이 허용한다. 에이빈드 바드 페테르손 국무장관은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없다. 스발바르 조약은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발바르도 그린란드처럼 자원이 풍부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스발바르 인근 해저에는 구리·아연·코발트·리튬과 희토류가 대량 매장돼 있다. 러시아로선 북방 함대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통행이 어려워진 발트해를 벗어나 대서양으로 나가려면 스발바르가 있는 북극해를 이용해야 한다. 노르웨이 매체 ‘노르드노르스크 데바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점령한다면, 스발바르는 러시아의 야망에서 명백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