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국제 질서 흔들

트럼프로 시작해 트럼프로 끝난 한 해였다.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 질서를 뒤흔들었다. 교역국에 관세율을 일방 통보하며 ‘글로벌 관세 전쟁’을 주도했다. 무차별 체포·추방 작전을 벌이고 선박을 격침시키는 초강경 반이민·마약 정책을 1년 내내 전개했다. 동맹과 갈등하고 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고립주의 행보를 이어갔다.

美中 글로벌 패권 경쟁 격화… 트럼프·시진핑 6년 만에 만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됐다. 미국이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맞섰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미국이 첨단 장비 수출을 통제했다. 미·중 군비 증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긴장은 고조됐다.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부산에서 6년 만에 만나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패권 경쟁은 속개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푸틴·김정은 나란히 천안문에… 반미 진영 결속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섰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회동 이후 66년 만이다. 김정은에겐 첫 다자 외교 무대였다. 반서방·반미를 기치로 권위주의 진영이 결속을 공개적으로 과시한 자리였다.

그래픽=김성규

日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취임, 중국과의 관계는 최악

총무상과 경제안보상을 지낸 다카이치 사나에가 지난 10월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는 ‘강한 일본’을 내걸고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끌어올리는 등 군사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국내 지지율은 70%로 고공 행진 중이다.

美, 이란 핵 시설 폭격…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선 확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선이 확대돼 미국의 이란 타격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이 이란 핵 과학자를 제거한 데 이어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이란 핵 시설을 파괴하는 ‘한밤의 망치’ 작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까스로 휴전에 돌입했고, 미국은 시리아·나이지리아를 잇따라 공습하며 중동·아프리카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6·25보다 길어진 우크라 전쟁, 북한군 포로 “한국행 희망”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6·25전쟁 기간(3년 1개월)을 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협상은 공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세가 거세지면서 유럽 국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은 한국행 희망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일상생활로 들어온 AI… 가짜뉴스 부작용과 거품론도

인공지능(AI)은 사용자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높은 퀄리티의 그림과 사진·영상을 만들어 내고,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완수하는 ‘에이전트 AI’로 진화했다. AI 산업은 실생활과 산업 현장에 구현되면서 수익을 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AI 확산에 따른 과잉 의존, 가짜 사진·동영상 범람, 일자리 감소, AI 거품론 등 부작용도 대두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첫 미국 출신 레오 14세 즉위

소탈한 모습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폐렴 및 합병증으로 부활절 다음 날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선종 전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화합’이었다. 후임을 뽑는 비밀 회의 콘클라베에서는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첫 미국 출신 교황으로 선출돼 레오 14세로 즉위했다.

중남미에 우파 정권 잇따라 들어서며 ‘블루 타이드’

중남미에서 ‘핑크 타이드(좌파 연쇄 집권)’가 퇴조하고 우파 정부가 잇따라 들어서는 ‘블루 타이드’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칠레·볼리비아·온두라스에서는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고, 에콰도르에서는 우파가 정권을 재창출했다. 경제 파탄과 치안 악화로 돌아선 민심이 법질서 회복과 친미(親美) 시장 경제 정책을 공약한 우파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부패와 불평등에 지쳤다… MZ세대, 세계서 반정부 시위

부패와 불평등에 지친 청년들의 분노가 세계를 휩쓸었다. 9월 네팔에서 본격화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아시아(인도네시아·동티모르·필리핀), 아프리카(마다가스카르·모로코), 중남미(멕시코·페루), 유럽(불가리아)까지 번져 일부 국가에서는 지도자가 물러났다. 시위를 주도한 ‘Z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만화·영화·밈 같은 문화 코드를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