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핑 방지 규약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WADA(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가 2일 부산에서 개막한다. 6년마다 열리는 WADA 총회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7년부터 6년간 국제 경기 단체와 각국 반도핑 기구들이 준수할 최상위 국제 규범(세계 도핑 방지 규약)이 정해질 이번 총회에는 위톨드 반카 WADA 회장과 커스티 코번트리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회장, 토마스 바흐 전 IOC 위원장, 최휘영 문체부 장관 등 국내외 스포츠계 주요 인사 2000여 명이 참석한다.
총회는 2일 개회식으로 시작해 3~5일 규약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본회의가 진행된다. 5일 폐회식에서는 스포츠 공정성과 선수 보호, 도핑 방지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 의지를 담은 ‘부산 선언’이 발표된다.
위톨드 반카 WADA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부산 총회는 각국 정부와 스포츠계에 도핑 방지를 위한 협력 강화를 촉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며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를 필두로 한 한국 당국은 장기간 아시아 내 다른 반도핑 당국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모범 사례로, 앞으로도 세계 스포츠 공동체에 기여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KADA는 지난해 미얀마, 요르단 등의 반도핑 당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국내 도핑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강연을 제공하고 일본·중국·호주·우즈베키스탄 등과 도핑 검사 기술 및 교육 분야에 대한 정보 공유 관계를 맺는 등 아시아 반도핑 연대의 ‘리더’ 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카 회장은 “국제 스포츠의 가치가 그렇듯 반도핑도 국경을 뛰어넘는 연대가 중요하다”며 “도핑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보 공유 등 협력을 통해 다 함께 도핑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내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2월)과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3월), 북중미 월드컵(6~7월), 나고야 아시안게임(9~10월)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들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총회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도핑 수법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감기, 탈모약 등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다가 도핑 검사에 적발되는 비의도적 도핑, 이른바 ‘오염(Contamination)’에 대한 대처법도 거론될 예정이어서 세계 스포츠계의 시선이 쏠린다.
반카 회장은 “현재 ‘오염’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반도핑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비의도적 도핑 검출 사례도 늘고 있는데, 이런 사안에 대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세심히 규약을 다듬을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모든 도핑 행위의 책임이 선수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세계 도핑 방지 당국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 5월 미국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이다. 호주 억만장자 사업가 아론 드수자가 설립한 대회로, 반도핑 관할에 있는 올림픽과 다르게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모든 약물 복용을 허용하는 이른바 ‘도핑 올림픽’이다. 반카 회장은 “(도핑 올림픽은) 스포츠 가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대회”라며 “도핑을 장려하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끔찍한 행위”라고 했다. 반카 회장은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딴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으로 2015~2019년 폴란드 스포츠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2020년부터 WADA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