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이 5년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정상에 섰다. 19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LPGA(미국 여자 프로골프)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며 2020년 11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자 통산 열세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김세영은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파 퍼트 후 머리 위로 양팔을 흔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동료들의 물, 샴페인 세례를 맞으면서 마음껏 웃었고, 응원해 준 갤러리들에게는 양손 엄지를 들어 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세영은 “오랜 만에 우승 기회가 와 마지막 후반부에선 감정이 올라왔다”며 “끝까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1번 홀에선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긴장이 됐는데, 정말 많은 팬들이 찾아워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그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특히 고향에서 우승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이날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라운드부터 쭉 선두였던 김세영은 마지막까지 예리한 퍼트를 앞세워 추격자들에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 보기 1개로 시작했으나 이후 버디 6개를 추가해 5타를 더 줄였고, 나흘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우승했다.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격차는 4타였다. 김세영은 우승 상금 34만5000달러(약 4억9200만원)를 받았다.
이날 김세영은 공동 2위 하타오카와 노예림(미국)에게 4타 앞선 채 라운드를 출발했다. 3번 홀 보기로 잠시 흔들렸지만 5~7번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 다시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경쟁 선수들이 강한 바닷바람 때문에 고전할 때에도 김세영은 안정적인 어프로치와 정교한 퍼트 플레이로 타수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14~15번 홀에서 버디 2개를 더 추가해 일찌감치 쐐기를 박았다.
김세영은 이날도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열네 살 때부터 마지막 날 빨간 셔츠를 입는 타이거 우즈를 따라해 지켜온 루틴이다. 우승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장치라고 했다. 김세영은 이날 2위권과 차이가 크게 벌어져 우승 가능성이 커진 라운드 후반에도 좀처럼 웃지 않았고, 퍼트가 들어가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만큼 간절했던 우승이었다.
김아림과 셀린 부티에(이상 18언더파)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해나 그린(호주)과 노예림은 17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