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의 세상(Trump’s world)’이다. 이달 20일 정오,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J. 트럼프에게 혹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취임사를 보자. 8년 전 1433개 단어·16분30초 분량에서 이번엔 2885개 단어·30분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025년 1월 19일 취임 전야 행사에서 선거운동 곡인 ‘Y.M.C.A.’의 원작 가수 ‘빌리지 피플’의 축하 공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현지 시각) 밤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에서 부인 렐라니아 여사와 함게 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다./AP연합뉴스

내용에선 ‘미국의 국가적 살육(carnage)’ 같은 거친 표현 대신 정제된 수사(修辭)가 많아졌다. 4년의 정치적 야인 생활과 작년 7월 펜실베니아주 버틀러카운티에서 겪은 암살 미수 사건 같은 개인적인 서사(敍事)도 등장했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250년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 더 많은 시험과 도전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중략)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하나님에 의해 목숨을 구원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취임사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2021년 취임사 내용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개의 감정 기준으로 분석했다. 분노와 공포감, 슬픔 등과 관련해 트럼프는 바이든 보다 더 안정된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가 트럼프, 파란색 동그라미는 바이든./FT

이런 언급들은 트럼프가 과거와 판이한 마음자세로 만반의 준비를 거쳐 백악관에 재입성했음을 시사한다. 그는 2022년 12월 15일부터 이듬해 12월 22일까지 대선 공약 ‘어젠다(Agenda) 47’ 동영상 46편에 직접 출연·설명했다. 이달 20일부터 첫 1주일 행보에선 세 가지 키워드가 포착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11월 9일자 커버스토리로 '트럼프 세상으로 환영'이란 특집 기사를 실었다./Economist

◇①유연성...거친 말과 신중한 정책

트럼프는 선거 유세중 “취임 첫날 하루동안 독재자(dictator on Day One)가 되겠다”고 수 차례 말했다. 스스로 취임일(1월 20일)을 해방일(Liberation day)로 이름 붙였지만 그날 하루 트럼프는 미국 헌법을 준수했고 ‘독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취임일에 100개 또는 200개 넘는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을 무더기로 내놓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도 깼다.

트럼프 2기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첫 1주일 닷새동안 서명발표된 대통령 행정조치(Presidential Actions)는 모두 60개이다. 행정조치에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과 대통령 포고(proclamation), 각서(memorandum) 등이 포함된다.

이는 8년 전 취임 첫째 주에 서명한 행정조치(17개)와 비교해서는 4배 가까이 많지만 언론과 시장의 예상 보다는 적다.

발표된 행정명령도 외국 수입품에 10~20%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 중국에 대한 강력한 규제, 암호화폐(crypto currency) 같은 민감한 사안은 모두 빠지고 대부분 미국 국내 문제였다.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행정명령’ 대신 그보다 낮은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 서명했다.

◇온건 대응으로 속도 조절

이 각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재무부 등은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 등 무역 상대국과 체결한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review)하고 ‘상호적이며 서로 유리한 양허(reciprocal and mutually advantageous concessions)’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개정을 2025년 4월1일까지 대통령에게 권고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USTR과 상무부, 재무부 등은 올해 4월 초에 무역적자의 원인·영향 조사 결과와 무역적자 교정(矯正)을 위한 추가 관세부과 여부와 방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 오후 백악관 내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연쇄 서명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sns

트럼프는 작년 11월 대선 승리 후 천명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 부과’의 시행 시점도 다음달 1일로 연기했다.

알렉스 구레비치(Alex Gourevitch) 미국 브라운대 교수(정치학)는 “취임과 함께 관세 폭탄을 터뜨리면 물가 상승을 촉발해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증권시장에 악재가 되는 점을 트럼프가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기본 관세’와 중국에 대한 60% 이상 고율(高率) 부과를 예상하며 긴장하고 있던 세계 각국과 증권시장은 환호하며 상승세로 화답했다. 트럼프는 중국인 소유의 동영상 SNS 앱 틱톡(Tik Tok)에 대해 ‘75일동안 운영 중단 조치 유예’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에 중국에선 안도(安堵)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1950년대 추방 작전 대비 ‘새발의 피’

불법 입국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동물(animal)’ ‘국경 피바다(border bloodbath)’ ‘미국에 대한 침략(invasion)’ ‘피 오염(poisoning the blood)’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며 “취임 첫날부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입국자 추방 작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첫 1주일간 이뤄진 불법 입국자 추방 노력은 1950년대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鳥足之血]에 가깝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4년 6월부터 불법 입국자를 멕시코로 강제추방하는 ‘웨트백 작전(Operation Wetback)’을 벌였다.

당시 아이젠하워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불법 입국자의 집과 직장, 교회 등을 급습해 임기 중 130만여명을 쫓아내 “비인간적인 인종 청소(淸掃)”라는 비판을 받았다.

1954년 6월부터 실시된 '웨트백 작전'에 따라 미국으로 온 불법 입국자들이 멕시코로 강제 추방되기 위해 트럭에 태워져서 이동하고 있다./Wikipedia

때문에 트럼프 2기 정부가 이보다 큰 추방 작전을 취임 직후부터 강행한다면, 미국 사회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트럼프는 이달 20일 ‘남부 국경 비상 사태 선포’, ‘국경 안보’ 같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의거해 1500명의 현역 군인 등이 멕시코와의 접경에 파견됐지만, 충돌에 따른 불상사(不祥事)는 아직 없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달 24일 소셜미디어 ‘X’에 수갑을 찬 불법 체류자 80여명이 군용기 C-17 두 대에 타는 사진을 공개한 뒤 “미국에 불법 입국하면 엄중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 게 전부이다. 그나마 전국에서 체포된 불법 입국자 중 상당수는 살인·강간범 등 중범죄자로 파악됐다.

◇시장 충격 감안...‘유연한 실용주의자’

톰 호먼(Tom Homan) 백악관 국경 책임자는 “미국내 30개 불법입국자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다. 행동은 시작됐다”고 25일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입국자 체포·단속을 전국에서 확대하고 강도를 높일 것이지만 첫 1주일은 예상 외로 평온했다.

미국 텍사스 주방위군이 2022년 12월 19일(현지시간) '타이틀 42호' 정책 종료발표를 앞두고 국경 수비를 강화하고 불법 입국자의 월경을 막기 위해 텍사스주 엘패소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 45, 47대 대통령이 54세 때인 2000년에 발간한 저서 /Amazon

이는 실무 준비 부족과 대량 추방 작전에 필요한 대규모 재원 부담과 이에 따른 시스템 정비 같은 복합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유연한 실용주의자가 아니라 완고한 성격이었다면 불가능한 대응이었다.

트럼프는 2000년에 쓴 저서 <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나는 실용적인 상식과 이상주의 간에 적절한 균형, 신중함이 열쇠(the key is prudence)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5년 전의 ‘생각’대로 그는 2기 대통령의 첫 1주일을 ‘신중함’으로 보냈다.

◇②일관성...“너무 예측가능한 인물 트럼프”

이와 대조되는 트럼프 특유의 일관성과 뚝심도 돋보였다. 그는 2023년 3월부터 지지자 집회에서 “나는 당신들의 전사(戰士·warrior)이다. 나는 당신들의 응징(膺懲·retribution)이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늪의 물을 빼야 한다(Drain the Washington swamp)”며 기득권층 혁파를 공언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페이스북에 게시한 '워싱턴 늪의 물을 빼라'는 선거 캠페인 광고/Meta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는 취임 당일 ‘행정명령 1호’로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행정명령 78건 철회를 선택했다. 인종 및 성(性) 차별 금지 조치를 포함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2021년 1월 6일 미국 연방의사당 폭동 사태에 가담해 기소된 1500여명에 대한 사면(赦免)과 14명을 감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6 의사당 진입 사태’ 배후 조종 혐의로 트럼프는 2021년 1월 미국 연방하원에서 두 번째 탄핵소추를 당했다. 민주당과 주류 언론매체들의 반대를 뚫고, 그는 1500여명을 ‘애국자(patriot)’라 부르며 석방시켰다.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재탈퇴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미국에 불공정하고 일방적이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에너지의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목표를 폐지했다. 모든 부처를 상대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자금 지출 즉각 중단도 명령했다.

◇‘딥 스테이트’ 척결 정조준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가장 집중한 대상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 척결이다. 딥 스테이트는 미국 연방정부와 FBI(연방수사국), CIA(중앙정보국) 등 정보기관, 언론 등에 포진해 있는 워싱턴 기득권층으로 외국과 손잡고 미국 국민 보다 사적(私的)인 이익을 더 챙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민주당 정치인들과 한통속이 돼 트럼프의 정치적 의제(議題)를 방해해 왔다는 게 트럼프 측의 시각이다.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5명의 전직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포함한 51명의 전 고위 정보 관리들에 대한 기밀 접근권(security clearance)을 행정명령으로 박탈했다.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인 캐시 파텔 FBI 국장 후보자가 2023년에 쓴 책(사진 왼쪽)과 책의 목차/Amazon

그는 ‘연방정부의 무기화(武器化) 종식’이라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 일환으로 국무부·국방부·교통부 등 연방정부 부처의 감사관 17명을 이달 23일 이메일로 해임 통보했다. 과거 정부의 잘못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 감사관들을 물갈이 한 것이다.

취임 4일째인 23일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그의 동생 로버트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등의 암살 관련 비밀 자료를 공개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선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에 소련 또는 CIA(중앙정보국)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를 정면에서 파헤쳐 딥스테이트들의 반(反)애국적 실태를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양아치 대통령으로 착각하면 안 돼”

트럼프는 같은 날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검토할 실무그룹 신설과 미국을 인공지능(AI) 세계 수도로 만드는 행정명령에도 각각 서명했다. 이는 그의 정치적 신념과 미국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일치하는 조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AI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와 관련해 이렇게 분석했다.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관철한다는 점에서 트럼프는 예측 불허의 인물이 아니라 ‘너무 예측이 가능해서’ 문제인 인물이다. 한국은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세상에 대해 선행 학습하고, 그에 맞춰서 같이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으로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를 우방국으로부터 돈만 뜯어내는 ‘양아치 대통령’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③전례없이 빠른 속도

트럼프는 취임일부터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날 오전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 예배부터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담(茶談)에 이어 정오 무렵 연방의사당 로툰다홀(Rotunda Hall) 취임식→의사당 노예해방홀(Emancipation Hall)에서 30분간 별도 연설→의회 합동위원회 오찬→의사당 내 대통령 집무실에서 첫 행정명령 서명 등을 했다.

20일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 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 가운데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47대 미국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는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서의 자리를 되찾아 전 세계의 경외심과 찬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1월 20일 오후 워싱턴 DC 캐피털 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2만여명의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마친 행정명령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UPI

그는 지지자 2만여명이 모여있는 ‘캐피탈 원 아레나’ 경기장으로 이동해 무대에 책상을 놓고 행정명령 서명식 퍼포먼스를 했다. 이어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또 펜을 잡고 서명식을 이어갔다. 행정명령 서명을 하는 47분동안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기자회견을 동시에 했다.

◇“한순간도 허비 않겠다”...뜨거운 광폭 행보

마친 뒤에는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취임 축하 무도회에 참석했다. 워싱턴DC에선 이날 밤 세 개의 무도회가 열렸다. 다음날인 21일에는 국가 기도회에 참석한 뒤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 등 3개 IT기업 대표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펀드 출범을 발표하고 다시 기자회견(press conference)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1일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합작회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이끌 샘 올트먼(맨 오른쪽부터)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 오러클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 구축과 범용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게티이미지코리아

대통령이 취임일과 다음날 연속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매우 진귀한 일이다. 전임자인 조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 후 64일째인 2021년 3월 25일에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바마 백악관에서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엑셀로드(David Axelrod)는 CNN에 나와 “대통령 취임 선서 당일 트럼프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이 신선하다(refreshing)”고 말했다.

트럼프는 23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실시간 비디오 화상 연설과 질의응답을 포함해 45분동안 참여했다. 디지털 채널로 대통령 취임 3일 만에 글로벌 무대 인사를 한 것이다.

2025년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첫 국제 무대였던 이 연설에서 러시아·중국과의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왼쪽부터 아나 보틴 산탄데르은행 회장,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이사회 의장 겸 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공동 창업자/EPA 연합뉴스

다음날인 24일 오전에는 지난해 허리케인 강타 피해를 당한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오후에는 80년 만에 최대 산불 피해가 난 캘리포니아주를 찾았다. 25일엔 2024 대선의 접전지였던 네바다주를 방문했다. 임기 시작 후 첫 번째 국내 출장 길에 세 개주를 연쇄 순방(巡訪)한 것이다.

◇4년간 준비...에너지 폭발시키는 트럼프

그는 취임식 하루 전인 이달 19일 워싱턴 DC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린 지지자들과의 ‘촛불 만찬’에서 “취임후 약속을 이행하는데 단 한순간도 허비(虛費)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사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는 “목표와 속도를 갖고(with purpose and speed)” “전례없는 속도(unprecedented speed)”라는 표현을 쓰며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이런 다짐 대로 트럼프는 속도감 넘치는 첫 1주를 보냈다.

그의 절친인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연방하원 의장은 이에 대해 “대선 패배후 4년간 야인으로 있으면서도 재집권시 정책 어젠다와 계획을 치밀하게 구상한 트럼프가 취임하기 무섭게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초 지지도가 높을 때, 최대한 많은 진척을 이뤄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도 작동하고 있다.

2029년 1월 20일 퇴임 때까지 트럼프는 1453일여의 임기를 남겨 놓고 있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지는 실력(實力·virtu)과 운(運·fortuna)에 달려 있다. 일단 두 번째 ‘트럼프의 세상’은 출발이 좋다.

2025년 1월 20일 정오부터 새로 바뀐 백악관 홈페이지 초기화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글자 아래 2024년 11월 6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 그가 외친 세 문장이 적혀 있다. 내용은 "나는 매일 매 호흡 때 마다 미국 국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의 자녀들과 여러분들이 가질 자격이 있는,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이룰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진짜 미국의 황금시대일 것이다."/White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