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뉴시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한국 윤석열 정권이 앞으로 3년간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러시아·북한과 같은 국제 질서의 위협 세력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의 한 축인 윤 정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대파 875원 발언에 역풍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11일 미국 언론과 연구소들은 한국의 총선 결과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다”라며 향후 윤 정부 국내 및 외교 정책 방향를 예측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미국, 일본과 더 깊은 관계를 맺으며 외교 정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서도 “그의 기업 친화적인 국내 정책은 자신의 실책과 야당이 장악한 국회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선거 참패로)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다만, 외교 정책은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북한 억제를 위해 한미일 한보 협력을 확대하려는 윤 대통령의 노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선거 결과는) 미국, 일본과 더 긴밀하게 협력해온 보수주의자 리더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방향에 대한 거부”라면서 “국외에서는 한국의 보수 세력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구심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우방과 적들조차도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방향에 유효 기간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대통령, 의회 투표에서 큰 패배를 겪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은 3년간 임기 동안 대통령의 위치가 약해졌다”며 “그의 의제에 대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조국 신당 등이 의석수를 얻은 점을 지적하고 “반(反)윤석열 연합이 필리버스터에 방해받지 않고 의제를 불도저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입법적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이날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은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포퓰리즘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방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했으며, 대한민국과 미국이 지역 전략에 있어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외교 정책은 유지하리라고 본 것이다. 미 대북 인권 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야당의 승리로 한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NKHRF) 가동 가능성은 더 낮아질 듯 하다”며 “유감스럽게도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 전반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했다.

일본은 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일간지들이 일제히 “한국 총선거, 여당 참패”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총선거는 ‘정권에 심판을 내리자’는 야당의 호소가 먹혔으며, 윤 정권의 앞날에 그림자 드리웠다”고 보도했다. 또 “의대 정원수를 놓고 의료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윤 대통령이 오만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파가 정권을 대파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특별 할인 판매하는 대파 가격를 보고, ‘875원(약 100엔)은 합리적’이라고 발언한게 역풍을 맞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실제 대파 가격도 제대로 몰랐고, 야당은 이를 정권의 고물가 대책 실패로 비난했다는 설명도 달았다. 아사히신문은 “윤 정권에 대한 엄한 ‘중간 평가’”라며 “고물가 대응 실패와 의사소통 결여가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총선거 여당 고전”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선거 패배가 곧바로 윤 대통령이 주도해온 대(對)일본 외교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일 목소리가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호적으로 전환된 한일 관계도 시련을 맞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