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나설 공화당 후보를 뽑기 위한 두 번째 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며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섰다. 트럼프는 23일 진행된 프라이머리에서 55%를 득표해, 43%를 얻는 데 그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를 멀찌감치 앞서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2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primary·예비 선거)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상대로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중도·온건 성향 유권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가 이기더라도 표 차는 근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여유 있게 이긴 것이다. 이번 프라이머리는 헤일리와 함께 2위를 다투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를 지지하며 사퇴한 뒤 양자 구도로 벌어진 첫 대결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에 이어 초반 2연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한 트럼프의 대세론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트럼프와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4년 만에 맞붙는 리턴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된 직후 지지자들 앞에 나와 이번 경선에서 자신의 유일한 경쟁자로 남아있는 헤일리에 대해 “끔찍한 밤을 보낸 사기꾼”이라고 막말을 퍼부으며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헤일리는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중도 하차 없이 경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공화당 경선의 다음 관문은 다음 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다. 이곳은 헤일리가 6년 동안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이다.

아이오와에 이어 23일 뉴햄프셔에서 2연승을 거두며 공화당 후보 지명에 더 가까이 다가선 트럼프는 이날 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뉴햄프셔 내슈아에 마련된 선거본부 연단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뉴햄프셔주(州) 내슈아에 마련된 선거본부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 선거)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지자들 앞에서 소리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선거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를 예상 밖의 큰 표 차로 따돌리며 승리했다.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자신의 유일한 경쟁자로 남은 헤일리를 향해 사퇴를 압박했지만, 헤일리는 경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다음 달 헤일리가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맞붙는다. /AP 연합뉴스

그는 승리 연설의 상당 부분을 유일한 경쟁자로 남은 니키 헤일리에 대한 조롱으로 채웠다. “무대에 먼저 올라가서 자기가 승리했다고 주장한 그 사기꾼(imposter)은 도대체 누구였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론(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은 2위를 하고 떠났는데 3위를 하고서도 아직 남아 있다”며 경선 완주 방침을 밝힌 헤일리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로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아이오와주 코커스가 공화당 첫 경선으로 자리 잡은 1976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선 후보 중에서 처음으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연승한 것이다.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디샌티스 등 중도 하차한 경선 주자들의 지지를 얻어낸 트럼프 캠프는 이날 승리를 기점으로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서 ‘본선 대비’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캠프 고위 관계자는 이날 CNN에 “조지아·애리조나·미시간 등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에게 패배한 주요 경합주 유세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바이든과 벌일 본선 경쟁에서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트럼프는 오는 26일 저녁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공화당 만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다. 애리조나는 2020년 대선 때 트럼프에게 뼈아픈 기억을 남긴 곳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공화당 정치 거물 고(故)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의 아내 신디 매케인이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2000년 이후 대선에서 줄곧 공화당 후보를 택한 애리조나는 바이든에게 근소한 표 차로 승리를 안겼다.

온건·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은 뉴햄프셔 표심에 기대 선전을 기대했던 헤일리는 예상 밖으로 큰 격차의 패배를 당하면서 후보 사퇴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헤일리는 “공화당 경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선거는 끝난 것과 거리가 멀다”며 “아직 나에 대한 부고 기사(obituary)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헤일리 캠프는 트럼프와의 1대1 구도를 유지하면서 온건·중도 성향 표심 흡수에 주력해 ‘트럼프 독주 저지’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헤일리는 이날 “민주당이 얼마나 트럼프와 맞서길 갈망하는지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조 바이든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공화당원이 트럼프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치 헤일리가 승리자 같은 연설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헤일리의 경선 지속 여부는 다음 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크다. 이곳은 헤일리가 2011년부터 6년간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이다. 만일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큰 격차로 승리한다면 헤일리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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