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착륙하려던 러시아의 달 탐사선 루나 25호가 엔진 결함으로 추락·파괴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1일(현지 시각)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대표는 러시아 공영방송 ‘로씨야24′에서 “루나 25의 실패는 엔진 고장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당초 루나-25를 착륙 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엔진이 84초 간 작동하는 것으로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127초간 작동했고 정상적으로 종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루나 25호는 지난 11일 러시아가 1976년 이후 47년 만에 발사한 달 탐사선이다. 기체에 이상이 없었다면 21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남극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착륙 이틀 전인 19일 착륙 궤도 진입 과정에서 교신이 끊겼고, 이튿날 궤도를 이탈한 후 달 표면에 추락해 파괴됐다. 이후 로스코스모스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루나 25가 추락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냉전 시대 이후 50여년 간 러시아가 달 탐사 프로그램을 중단했던 것을 패착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한다. 러시아가 달 탐사선을 쏘아올렸던 것은 1976년 8월 루나 24호가 마지막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루나 25호의 추락은) 1957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1961년 유리 가가린의 인류 최초 우주비행 등 냉전시대 전성기를 맞았던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쇠퇴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보리소프 대표도 이날 “우리는 본질적으로 모든 기술을 새로운 수준에서 다시 마스터해야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달 탐사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로스코스모스는 당초 루나 25를 시작으로 2027년 루나 26호, 2028년까지 루나 27호를 달에 보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타스통신은 “루나 26호·루나 27호를 포함하는 달 탐사계획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루나 25호와 달 남극 착륙을 두고 경쟁 중이던 인도의 ‘찬드라얀 3호’는 23일 달 표면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인도우주연구개발기구(ISRO)는 “달의 30km 상공에서 착륙을 시도할 것이며, 기체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27일로 연기할 수 있다”고 인도 경제전문매체 민트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