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가 종료되자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본격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푸틴의 정치적 위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의 안정을 강조하면서 소통을 강화해 푸틴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 시각) 방송사 4곳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푸틴 정권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이 혼란이 앞으로 며칠, 몇 주간 더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의 권위에 직접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전에 없던 균열(cracks)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있어서 진짜 균열과 직접적 도전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푸틴 퇴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푸틴은 이제 전장뿐 아니라 러시아 내부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당시 국무부는 재외공관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제는 푸틴의 위기를 적극 부각하는 모양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변함없는 미국의 지지’를 약속했다. 전날 영국·독일·프랑스 정상과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통화하며 ‘서방 동맹’ 간 단합에 나섰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러시아가 국가의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또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베이징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 중·러 관계와 국제·지역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러시아 힘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서방을 겨냥해 “러시아의 사회 통합을 저해하려고 시도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