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이 2026년 우주 파편 제거를 목적으로 발사하는 스위스 민간기업 스페이스클리어런스의 청소 위성은 타깃을 촉수로 포획해서 대기권을 끌고 간다./ESA

북한은 3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가 “운반로켓인 ‘천리마-1형’의 2단 엔진 결함으로 인해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로켓 발사와 위성의 궤도 안착이 성공했다고 해도, 안정적인 운용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유사 시 적국(敵國) 위성을 위성파괴(ASAT) 미사일과 레이저 등의 무기로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이버 및 전자 장비를 탑재한 위성을 띄워 적국 위성과 지상국 간 통신 교란, 정보 빼내기, 심지어 적국 위성을 하이재킹(hijacking)해 자국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공격 수단을 확보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과 유럽, 일본의 민간 기업들이 개발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고 기존 위성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서비스 위성’들도 공격 무기와 마찬가지로 타깃 위성에 도킹해 작업한다는 점에서 ‘킬러 위성’의 기술적 요건을 갖췄다.

1967년 우주조약(The Outer Space Treaty)는 우주에 핵무기나 대량살상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금하고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우주의 군사화, 무기화를 막는 국제법은 아직 없다.

◇비밀에 싸인 미ㆍ중 무인 우주왕복선

5월 8일, 재사용이 가능한 중국의 무인 우주왕복선이 지구 궤도를 276일 동안 날고 북서부 주치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 착륙했다.

저궤도(고도 200~2000㎞)에 존재하는 위성과 우주 파편을 추적하는 미국의 민간 모니터링 기업인 레오랩스(LeoLabs)는 이 중국 우주왕복선이 적의 우주기반 자산을 감시하고 교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선별적으로 상대 위성에 접근해 정보 수집 능력을 차단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가로채고 전자적인 방법으로 고장 내고 물리적으로 불능화하는 로봇팔이나 투사체를 발사하는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무인 왕복선에 대해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작년 11월 사상 최장인 908일간 우주를 비행하고 미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 착륙한 미 무인 우주왕복선 X-37B. 적국의 위성 제거ㆍ포획이 목적이라는 소문에도, 임무는 극비 사항이다./미 공군

한편 중국의 무인 왕복선이 모방한, 미 우주군의 X-37B는 작년 11월 5일 사상 최장인 908일 간 우주를 비행하고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 착륙했다. X-37B는 고도 177~805㎞의 저궤도를 날았다. 크기는 길이 8.8m에, 날개폭 4.6m로 매우 작아, 지금은 퇴역한 미 우주왕복선(37X24m) 화물칸에 2대가 동시에 탑재될 수 있다. X-37B의 임무도 위성을 제거ㆍ포획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임무는 극비(極秘)다. 미 국방부는 미래 우주비행물체 기술을 테스트하고 과학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미ㆍ중ㆍ러ㆍ인도 모두 지상에서 위성 파괴 성공

2021년 11월15일 러시아는 지상에서 위성파괴 미사일을 발사해서, 고도 480~500㎞에 있던 자국의 망가진 정찰위성 코스모스 1408호를 파괴했다. 약 2톤짜리 위성이 파괴되면서, 수천 개의 파편이 발생했다. 초속 7㎞로 나는 파편 피해에 대비해 400㎞ 고도에 있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인 7명은 모두 도킹된 ‘소유즈’ 캡슐로 피해야 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2007년 1월 11일 시창(西昌) 우주발사센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고도 863㎞에 있던 중국의 첫번째 기상 위성인 펑윈(風雲)-1C 위성을 파괴했다.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탄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이 고장 난 위성에 충돌했다.

1985년 9월13일 미 공군의 F-15A 전투기가 위성파괴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547 ㎞ 고도의 자국 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미 공군

그러나 ASAT 무기의 시초는 미국이다. 미국은 1985년 9월 F-15 전투기가 11.6㎞ 상공까지 올라가 위성파괴 미사일(ASM-135 ASAT)를 발사해, 미 감마선 분광위성 솔윈드(Solwind) P78-1를 파괴했다. 미국은 2008년 1월에는 해군 전함에서 변형된 SM-3 미사일로 오(誤)작동하는 국방부 산하 국가정찰국(NRO) 위성인 USA-193호를 파괴했다. 이밖에 인도도 2019년 3월에 지상에서 미사일을 쏴서 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누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 보고서는 중국이 사이버 무기를 동원해서 상대 위성의 임무 수행 능력을 거부하고, 오히려 자국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상대 위성에 대해 지상국에서 보내는 것과 비슷한 시그널을 보내 위성을 속여 완전히 접수하거나, 전쟁 상황에서 오작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신장의 쿠얼러 시에 위치한 군 기지에는 지상에서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최소 2개의 레이저 무기가 배치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적국 위성을 이렇게 자국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정찰 위성들 간에 숨바꼭질 벌여

작년 6월, 지구에서 3만6000㎞ 떨어진 정지궤도(GEO)에선 미국과 중국 위성들 간에 수십 ㎞의 고도를 오르내리는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미국의 스파이 위성인 USA 270호는 2021년 말 중국이 발사한 비밀에 싸인 쌍둥이 위성 스옌 12-01과 12-02호에 접근했다. 그러자 중국의 두 위성은 슬쩍 자리를 옮겼고, 스옌 12-02호는 태양 빛을 등지는 위치로 이동해 오히려 UASA 270을 관찰했다. 반대로 USA 270은 태양을 등진 스옌 12-02를 관찰할 수 없었다.

미국 스파이 위성 USA 270호(노란색)과 중국 쌍둥이 위성 스옌 12-01과 12-02호가 작년 6월 우주에서 벌인 숨바꼭질 기동을 재연한 컴퓨터 그래픽/COMSPOC

작년 8월1일 러시아는 스파이 위성 코스모스 2558호를, 미국 스파이 위성 USA 326호와 동일한 궤도로 발사했다. 이 위성은 수일 뒤에 USA 326호에 바짝 붙어 미국 위성의 기능과 임무를 파악했다. 현재 우주 관련 국제법규에는 위성 간에 어느 정도의 ‘안전 거리’를 둬야 하는지, 기동(機動) 중에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쪽이 먼저 이동해야 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에티켓’ 규범도 없다.

◇청소ㆍ서비스하는 위성들, 로봇팔로 적 위성 낚아채 예인 가능

유럽우주국(ESA)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 날아다니는 우주 파편은 10㎝ 이상만 3만6500여 개, 1~10㎝ 크기는 100만 개, 1㎝ 이하는 1억3000만 여개에 달한다. 1957년 우주 탐사가 시작한 이래 6380여 건의 로켓 발사(실패는 제외)가 이뤄지면서, 우주에 버려진 로켓 동체와 엔진 잔해들, 고장 난 위성들이다. 또 25%는 ASAT 무기 실험이 쏟아낸 파편들이다.

그래서 우주 선진국들과 민간 우주기업들은 우주 파편을 제거하거나, 연료가 바닥난 위성에 연료를 주입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서비스 위성을 개발했다.

작년 1월 22일 중국의 SJ-21 위성은 고장 난 자국의 베이더우(北斗) 위성을 로봇팔로 잡아 GEO 밖 3000㎞ 떨어진 ‘위성 묘지’ 구역으로 끌고 갔다. 그런가 하면, 2020년 2월 미국의 우주ㆍ방산(防産) 기업 노스롭 그루먼 사의 위성 MEV-1은 수명이 다 한 민간 통신위성인 인텔샛 901호와 도킹하고 연료를 주입해 5년 수명을 연장시켰다. 그 뒤에는 다시 접근해, 인텔샛 901호를 ‘위성 묘지’로 끌고 가게 된다.

2020년 2월 미 노스롭 그루먼 사의 서비스 위성 MEV-1호가 연료가 다한 민간 통신위성 인텔샛 901호에 도킹하기 직전에 찍은 모습./노스럽 그러먼

유럽우주국과 8600만 유로짜리 우주 청소 계약을 맺고, 2026년 발사되는 스위스의 민간 기업 클리어스페이스가 제작한 클리어스페이스-1 추적 위성은 4개의 촉수(tentacle)를 갖고 있다. 500㎞ 고도에서 사출되면, 고도를 660~800㎞까지 끌어올려 과거 ESA의 베가 로켓에서 떨어져 나간 2단 탑재물 어댑터를 포획해서 끌어안고 대기권으로 진입해 불에 타 소멸한다.

일본 도쿄의 우주파편 제거 기업인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도 작년 9월 26일 영국우주국(UKSA)으로부터 170만 파운드의 지원을 받았다. 애스트로스케일의 ‘코스믹’ 미션도 2026년까지 발사돼, 강력한 자석이 딸린 로봇팔로 수명이 끝난 영국 위성 2개를 포획해 제거한다.

일본의 우주기업 애스트로스케일은 2021년 8월 궤도 상에서 타깃 위성을 포획했다가 다시 놓아주는 기동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애스트로스케일

이들 서비스 위성은 기존 위성의 수명을 연장하고 우주 쓰레기로 변한 고장 난 위성을 제거하고,도킹해서 위성의 상태를 검사ㆍ수리할 수 있지만, 이는 킬러 위성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민ㆍ군 겸용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