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이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전장용 무기로 탈바꿈시켜 ‘핵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군사 계획에서 핵 요소를 강화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러시아도 이러한 움직임을 향후 군사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은 핵무기의 정확성을 높이는 대신 폭발력을 줄였다”며 “우리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루슈코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최신 전술핵무기 B61-12를 나토의 유럽 기지에 배치하는 계획을 내년 초에서 오는 12월로 앞당겼다는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최근 보도에 따른 것이다. B61-12는 B61 전술핵폭탄 가운데 최신형으로, B-1 전략폭격기나 F-35 스텔스기 등에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대표적 전술핵무기다.

폴리티코는 B61-12 조기 배치 계획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서방이 러시아의 핵 사용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우려에 따라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구형 B61을 현대화해 교체하려는 것은 수년간 계획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과는 어떠한 관련성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달 자국민을 대상으로 내렸던 예비군 동원령을 28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동원령 완료를 보고하면서 “추가 동원은 없고 앞으로는 지원자만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로 한 30만명을 징집했다”며 “8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했고, 21만8000명은 훈련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