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바지선을 이용해 교량을 완공했다고 영국 국방부가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밀려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계엄령과 주민 대피령을 잇따라 내리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이 교량을 통해 대규모 병력을 드니프로강 이남으로 후퇴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파괴된 안토니우스키 대교 옆에 바지선으로 교량을 완공했다”며 “러시아군이 이런 방식으로 다리를 활용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은 구소련 시절 이후 수십 년 만에 처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교량 설치를 위한 군사 장비와 공병 인력의 상당량을 잃은 상태”라며 “헤르손의 드니프로강 도강(渡江) 지점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스키 대교는 헤르손을 지나는 드니프로강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다리로, 길이는 1366m이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크림반도 등에서 헤르손 전선으로 물자를 보급하는 전략적 핵심 통로다. 지난 7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이 다리를 미사일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격해 정상적인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날도 헤르손 주민 전원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산하 기관에 이날 중 헤르손을 떠나 드니프로강을 건널 것을 지시했다.

동남부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군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차별 미사일 공습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공습이 우크라이나 전력 기반 시설에 집중돼 이날 전국적으로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번 전쟁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겨울 추위 속에서 전투를 벌일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은 우크라이나군에 겨울용 피복 2만5000벌을 전달할 계획이다. 캐나다와 에스토니아 정부 등도 방한복과 방한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제 구호기구는 발전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전장에 투입된 러시아 병사는 각종 보급품 부족에 허덕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래프는 삽조차 지급받지 못한 러시아 병사가 추위를 막기 위해 맨손으로 토굴을 파는 영상을 인용, 러시아군이 올겨울 고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20일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데니스 슈미갈 총리,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 등과 연쇄 회동했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 전란 후 재건 방안 등을 놓고 정부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지난 7월 스위스에서는 세계 40국이 모여 우크라이나 재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