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바보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망할 군대!”

“매일 사람을 묻어요. 정말 악몽 같아요.”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도청한 러시아 군인들의 통화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 개전 초기인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들이 가족과 애인, 친구들에게 현지 소식을 전하며 군 당국과 정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은 통화 수천건 중 일부다. NYT는 “통화 내용의 신빙성을 확인하려 군인과 가족의 메신저와 소셜미디어 프로필, 러시아 내 전화번호 등을 교차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29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임시 모병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예비군 대원이 가족을 부둥켜안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NYT가 이날 공개한 음성 파일에는 키이우 서쪽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집단 학살을 저지른 정황이 담겨 있다. 세르게이라는 병사는 여자 친구에게 “(남자 3명을) 붙잡아서 옷을 벗기고 전부 뒤졌다. 숲으로 끌고가 사살하기도 했다”며 ‘직접 쐈느냐’는 질문에 “물론 쐈다”고 답했다. 몇 주 뒤 그는 어머니와 통화에서 “숲속에 민간인 시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침공 몇 주 만에 혼란에 빠진 러시아군 내부 상황도 담겼다. 알렉세이라는 병사는 “이 개자식들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훈련하러 간다고만 했다”며 분개했다. 군인들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민가에 침입해 현금과 가전제품 등을 약탈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열쇠가 달린 금고에서 5200만루블(약 13억원) 정도의 현금을 발견했다. 아파트 하나 알아봐라” “어떤 TV를 원하느냐. LG 아니면 삼성? TV 크기가 침대만 하다”는 대화도 있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러시아 점령지에선 인권침해와 전쟁범죄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엔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국제조사위원회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수미 지역에 대해 조사한 결과, 광범위한 전쟁범죄가 일어났다고 결론 냈다”고 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주민 투표를 통해 러시아 편입을 결정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영토 합병 조약을 30일 체결한다고 29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오후 조약 체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4개 점령지 행정부 수반과 만나기로 했다. 도네츠크·루한스크인민공화국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과 레오니트 파센치크,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인 예브게니 발리츠키와 블라디미르 살도가 모스크바에 집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