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13일(현지 시각) 발의됐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임신 6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도록 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보다 강화된 수준의 규제 법안이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모든 주(州)에서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강간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태아가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법을 어긴 의사를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낙태 금지를 반대하는 백악관과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그레이엄 의원이 전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규제를 도입했다”며 “이 법안은 미국인들이 믿고 있는 것과 크게 어긋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국 여성의 건강 자유를 범죄화하고 기본적 치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체포하려는 극단적 공화당원들의 의도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비난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자지, 다수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들은 즉각 공화당 상대 후보에게 해당 법안에 동의하는지 묻는 성명을 냈다. 공화당 의원들은 낙태 규제를 완화할 뜻은 없지만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예상보다 거센 반발 여론을 지켜봤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그레이엄 의원의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이 역설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가 법안을 발의한 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기념 행사를 열었는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 자칫 빛이 바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엄 의원의 해당 법안이 이날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에 대한 비난이 나오면서 바이든에게 ‘뜻밖의 선물’이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