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에 대해 전세게적인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영국 못지 않게 애도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바로 영연방(commonwealth) 소속 국가들이다. 영연방도 여왕의 서거 직후 공식 성명을 내고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왕실의 발표에 깊은 슬픔을 표하면서 왕실과 모든 영연방과 세계의 추모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여왕의 장례식까지 앞으로 전개될 ‘조문 외교’에 있어서도 영연방 국가들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연방 공식 홈페이지에 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추모 화면.

영연방은 소위 대영제국 시절부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거나 보호령, 자치령 등이었던 국가들의 연합체다. 19세기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자치권을 얻고 독자적인 내정과 외교권이 확립되면서 영연방의 개념이 생겨났고 1931년 웨스트민스터법을 통해 법적 근거가 확립됐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인도·파키스탄을 비롯해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영연방의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이른바 ‘대영제국의 시대’가 저물고 비동맹과 제3세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영국 왕실과 군주에 대한 충성심으로 결속돼있던 연방의 성격도 영국과 인연으로 얽힌 국가들의 자유롭고 구속력 없는 국제협력체로 변모했다.

영연방은 구속력을 가진 공식협정 없이 관습과 확립된 절차에 따라 운영되며 회원국 간 국내 문제 및 외교에 관해 상호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한 국제 현안 등 주요 문제에 있어서는 회원국들끼리 협의하며 필요할 경우 사안에 따라 공동입장을 천명하기도 한다. 회원국간의 친선 도모를 위해 1930년부터는 영연방 국가들간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스포츠대회 ‘커먼웰스 게임’이 4년마다 회원국에서 개최되는데 ‘아시안게임’처럼 올림픽을 앞둔 일종의 전초전 성격도 갖고 있다. 올해도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영국 버밍엄에서 열렸다.

영국 버밍엄에서 지난달 열린 커먼웰스 게임 육상경기 400m 여자 릴레이에서 나이지리아의 에세 브루메가 역주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현재 영국을 포함해 56개국이 영연방에 소속돼있는데, 해당 국가의 정치 상황이나 영국과의 관계에 따라 가입과 탈퇴 사례가 이어졌다. 가령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경우 탈퇴했다 재가입 신청 뒤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아일랜드는 1949년 탈퇴했다. 잠비아는 2013년 탈퇴했다 2018년 재가입했고, 피지 역시 1987년 탈퇴했다 10년만에 다시 들어온 뒤 2000년 재탈퇴하고 다시 14년뒤에 두번째로 재가입했다. 몰디브 역시 2016년 탈퇴했다 재작년 다시 들어왔다. 영국은 영연방을 통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속국 중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외교 분야에서 영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홍콩의 경우 1997년 중국에 반한된 뒤 연방 회원자격을 잃었지만, 영연방 내 법조인·의회 등의 직능별 조직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영국이 최근 중국의 홍콩인권탄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영연방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식민지 시대 역사때부터 연결됐다는 특성으로 인해 영연방 회원국 중 영국을 빼고도 14개국이 아직도 상징적이긴 하지만 영국 군주를 국가원수로 규정하고 있다. 앤티가 바부다·호주·바하마·벨리즈·캐나다·그레나다·자메이카·뉴질랜드·파푸아뉴기니·세인트키츠네비스·세인트 루시아·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솔로몬 제도·투발루 등이다. 그러나 최근 카리브해국가 바베이도스가 공화정을 출범시키며 영국 왕실 군주 시대를 마감하는 등 여왕을 군주로 모시는 나라들도 줄어드는 추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영연방 차원의 추모 열기 및 왕실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가 찰스 3세 국왕 시대에도 순조롭게 이어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