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딸 두기나의 추모식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두긴./AFP 연합뉴스

최근 차량 폭탄 공격으로 딸을 잃은 알렉산드르 두긴(60)은 ‘푸틴의 사상적 스승’ 또는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린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팽창정책을 추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큰 그림’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이런 큰 구상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2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두긴은 1990년대 옛 소련이 해체될 무렵부터 서방 국가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유라시아주의’(Eurasianism)를 주창했다. 이 사상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이 똘똘 뭉쳐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 세계에 맞서 싸워서 종국엔 미국의 패권을 종식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이 공동으로 다극적 세계 질서를 구축해 미국의 지배력을 약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도 그의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그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는 독립국으로 존속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8년 중국 푸단대 강연에서는 “(자신이) 푸틴보다 훨씬 이전인 1990년대부터 크림반도 병합을 주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FT 등 외신들은 유라시아주의가 지난 수년간 러시아의 주류 사상으로 떠오르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두긴이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두긴은 자신의 사상을 받아들여 실행한 푸틴에 대해 “‘태양과 같은’ 푸틴이 승리했고 이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