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행사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치솟는 물가 잡기에 필사적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백악관 내부에 깊은 좌절감이 퍼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체념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백악관엔 초비상이 걸렸다. 바이든이 참모들에게 호통을 치는 일도 늘고 있다고 한다.

미 정가에선 최근 바이든 지지율 폭락이 오는 11월 중간 선거 참패를 넘어 다음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정치 분석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취임 510일을 맞은 바이든의 지지율은 39.7%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510일째 지지율(41.4%)보다 낮았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의 미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내 관계자 50여 명을 인터뷰한 뒤 “미 전역의 민주당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과 (고령의) 나이,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점점 더 불신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일각에서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바이든 행정부는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미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급등해 198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날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약 3.785L)당 5달러(6453원)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다급한 바이든은 지난 4월 아이오와주(州) 바이오연료 공장을 방문해 에탄올 함유량이 15%로 높은 고(高)에탄올 휘발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한 대책이었지만, 고에탄올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극히 적어 당시 현지 언론들은 “실질적 대책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톰 빌색 농무부 장관이 “적어도 일부 지역에선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설득해 바이든은 결국 일정을 수행했다. 하지만 행사 이후 백악관으로 돌아온 바이든은 론 클레인 비서실장 등 최고위 참모들을 불러 “이번 행사의 정확한 목적이 뭐냐”며 질문을 퍼부었다고 한다. WP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점점 더 결론짓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 문제와 관련해) 점점 더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일부 에너지 기업들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인플레가 심화하고 있다’며 남 탓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10일엔 대국민 연설에서 “엑손 모빌(미 석유회사)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특정 채굴 회사를 콕 집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WP는 “(바이든이) 인플레이션 책임을 대기업, 공화당, 러시아 등으로 돌리려 애쓰지만 생활고에 시름하는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