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앞으로 남자 축구 대표팀의 선수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축구협회와 남녀 대표팀 선수들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단체 협약을 맺었다. 과거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컵 예선에 출전할 경우 받는 임금은 6750달러(약 850만원)로 1만8125달러(약 2230만 원)를 받는 남자 대표팀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남녀 대표팀 모두 2만4000달러(약 3000만원)를 받게 됐다.
이날 단체 협약 내용에 따라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드컵 상금의 경우 협회 몫인 10%를 제외하고 남녀 대표팀의 상금을 합산한 뒤 절반씩 배분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 상금인 800만 달러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9위에서 16위까지 주어지는 상금(1300만 달러)이 크다. 이에 대해 남자 대표팀의 워커 짐머먼(LA FC)은 “단체협상 내용에 대해 모든 선수가 쉽게 뜻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결국엔 축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과 같은 임금을 받게 된 것은 6년에 걸친 끈질긴 투쟁 결과다. 앨릭스 모건과 메건 러피노, 호프 솔로 등 여자 축구 선수 5명은 지난 2016년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미국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여자 선수들이 동일 임금을 요구한 주요 근거는 대회 성적이었다. 지금까지 미국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4번씩 우승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 축구협회는 여자 월드컵의 상금 규모가 남자 월드컵의 10분의 1보다 적다는 이유로 동일 임금을 주기 어렵다고 반박해왔다.
여자 대표팀은 2019년에는 임금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졌지만, 항소심에서 여자 선수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400만 달러(약 304억 원)에 합의를 이뤘고, 동일 임금에 대한 단체 협약도 약속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