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파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총리. /파히 총리 페이스북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총리가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로 위장한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의 함정수사에 속아 체포됐다.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앤드류 파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총리를 코카인 밀수와 돈세탁 혐의로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히 총리와 동행한 올라비안 메이너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항만 국장도 함께 체포됐다.

앞서 DEA 요원들은 파히 총리에게 멕시코 마약 카르텔 일당인척 접근했다. 요원들은 콜롬비아에서 생산한 코카인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거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옮긴 뒤 미국 본토인 마이애미와 뉴욕으로 밀반입하겠다는 거짓 계획을 밝혔다. 이에 파히 총리는 중간 지점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항구에서 코카인을 다른 배로 옮겨 싣는 것을 눈 감아주기로 했다. 그 대가로 선금 50만 달러(약 6억3000만원)와 추가 비용 등을 요구했다.

결국 파히 총리 일행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컨벤션에 참석한 뒤 공항으로 이동해 DEA 요원들이 제공한 70만 달러(약 8억8000만원)를 개인 비행기에 싣는 것을 확인하다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 밀그램 DEA 국장은 이번 체포에 대해 “미국에 위험한 약물을 반입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에 상관없이 책임을 질 것이란 명백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인구 3만여 명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로 자치권을 갖고 있다. 법인 설립이 비교적 쉽고 법인세가 낮아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처로 손꼽힌다. 이 사건에 대해 본국인 영국의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은 “당황스럽다”면서 영국에서도 별도의 긴급 회의를 열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