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수십만건을 취득해 폭로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1)가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미국 송환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상고가 영국 대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인 그는 현재 영국에서 수감 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14일(현지 시각) “(어산지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기각 이유는 상고 신청서에 논의가 될 만한 법적 논점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법원 대변인은 설명했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군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빼낸 약 70만 건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 받고 이를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은 그를 간첩 혐의로 국제 수배했다. 이와 별개로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 서버를 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제 체포 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 간 도피 생활을 하다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총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한 미국은 영국에 어산지를 인도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영국은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를 위해서는 영국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미국으로의 송환을 불허했다. 미국으로의 송환이 결정되면 어산지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2심 재판부는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송환을 허용했다. 미국이 ‘어산지를 인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게 2심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송환을 피하려는 어산지의 법적 투쟁은 이날 판결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어산지 측에서는 아직 가능한 법적 조치들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어산지 변호인단은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장 17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어산지는 오는 25일 현재 수감 중인 영국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서 결혼할 예정이다. 신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인 2011년 자신의 법률팀에 참여한 스텔라 모리스 변호사다. 이들은 2015년부터 교제를 시작, 슬하에 아들을 2명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