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태권도장. 하얀 도복에 검정 띠를 매고, 머리에 히잡을 쓴 여성 10여 명이 남성 강사로부터 태권도를 배우고 있었다. 차례로 발차기 훈련을 했고,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두 다리를 일자로 펴는 ‘다리 찢기’도 했다. EPA통신은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재장악해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25일 공개했다. 일각에선 사진 속 여성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된 것으로 미뤄,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한다”며 체제를 홍보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취재를 허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여성의 드라마 출연을 금지하고, 친척 남성의 동행 없이 72㎞ 이상 장거리 여행을 제한하는 등 여성 인권을 강력히 탄압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 역시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최근 탈레반의 바시르 아흐마드 루스탐자이 신임 스포츠부 장관이 “여성들이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허용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아프간에서 태권도가 여성들의 희망이 되는 모습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태권도 사랑은 각별하다. 올림픽에서 따낸 역대 메달이 전부 태권도 종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로흘라 니크파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연속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작년엔 여성 선수 쿠다다디가 2020 도쿄패럴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탈출을 시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정부들의 도움으로 쿠다다디는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