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러시아의 공수부대 대원들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비행장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군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러시아 등 구소련권 6국으로 구성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요청으로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CSTO가 회원국의 요청으로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PA 연합뉴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카자흐스탄의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 6일 새벽(현지 시각)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서 경찰청과 정부 청사 등 주요 국가 기관을 장악하려던 시위대가 현지 군경과 충돌, 최소 수십 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과 프랑스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이날 카자흐스탄 당국 발표를 인용해 “1000여 명이 부상해 400여 명이 입원했으며 60여 명은 중태”라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또 “시위 진압 과정에서 보안요원 13명이 숨졌고, 그중 2명은 참수당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일부 언론은 폭력 충돌로 비화된 이번 사태의 배후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연계되어 있다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전 국민의 73%가 수니파 무슬림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 2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체제 전복마저 우려되고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5일 전국에 비상사태를 확대 발령하고, 러시아 등 구(舊)소련권 6국이 결성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지원을 요청했다. CSTO가 이에 즉각 응하면서, 러시아 공수부대가 6일 평화유지군 1진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 도착해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 CSTO 의장인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요청과, ‘외부의 간섭’으로 인한 카자흐스탄 국가 안보·주권의 위협을 고려해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STO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 지난 2002년 창설한 군사·안보 협력체다. CSTO가 회원국 요청으로 군사 개입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자흐스탄에 파견되는 평화유지군은 러시아군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친러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체제 안정을 위해 군사 개입을 하는 모양새다.

반정부 시위는 올 들어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2.5배 급등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폐지했기 때문이다. 알마티에서는 수천 명이 시청과 정부 기관에 난입했고, 일부는 알마티 국제공항까지 점거했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국영 하바르TV를 통해 “해외에서 훈련된 국제 테러리스트 집단이 시위대를 이끌어 조직적으로 국가 주요 시설을 점거하고 있으며, 국가 전복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연료 가격을 인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앞으로 6개월간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긴급 조치도 발표했다.

시위대는 알마티 국제공항도 일부 점거했다. 이로 인해 공항 운영이 중단되면서, 5일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OZ577편 승객과 승무원 등 70여 명이 입국 수속을 못해 공항에 발이 묶였다. 알마티 공항 측은 “승객과 승무원 모두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다”면서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곧 공항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 여파로 이날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우라늄 가격은 전날보다 8% 급등한 파운드당 45.25달러로 마감, 지난해 11월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매장량 세계 2위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