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앞장섰던 데즈먼드 투투(90) 대주교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지도자들의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조국인 남아공에서 인종 간 평등과 화해를 이뤄냄으로써 복음에 헌신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성명을 통해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탄절이 지난 오늘 아침, 오늘 우리는 신과 국민의 참된 종인 투투 대주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며 “그의 용기와 도덕적 투명성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꾸려는 우리의 약속을 고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과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서 태어난 투투 대주교는 더 나은,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영적 소명을 따랐다”며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투투 대주교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멘토이자 친구이자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투투 대주교는 적들 가운데서도 인류애를 찾으려는 의지와 유머를 절대 잃지 않았다”면서 “그를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투투 대주교와 만남, 그의 따뜻함과 유머를 기억한다며 “투투 대주교의 빈자리를 남아공 국민들과 그에게 높은 애정과 존경을 표했던 영국, 북아일랜드 그리고 영연방 전역의 수많은 사람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하고 새로운 남아공을 건설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투투 대주교의 별세 소식에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재단도 애도를 표하며 “투투 대주교는 비범한 인간이자, 사상가이자 지도자이자, 목자였다”고 밝혔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투투 대주교의 별세를 알리며 “우리에게 해방된 남아공을 물려준 위대한 세대와 작별하는 또 하나의 장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외신은 투투 대주교가 1997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으며, 이날 수도 케이프타운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가난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투투 대주교는 고교 교사를 지내다 신학교에 진학, 1961년 사제가 됐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요하네스버그 주임 사제, 남아공 교회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내며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그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인간의 존엄과 우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남아공의 모든 개인과 단체에 보내는 세계의 격려”라고 밝혔다. 1986년에는 케이프타운 대주교로 임명됐다. 남아공 성공회 최초의 흑인 대주교였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돼 평화적 흑백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진실·화해위원회(TRC)’ 위원장으로 갈등 봉합에 나섰다. 그는 원한이나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다인종 사회인 ‘무지개 국가’를 제안하고, 화합을 호소했다. 1996년 은퇴 후에는 분쟁 지역과 빈곤층, 동성애 등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권 보호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