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 회의장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알파벳 철자 모양 팻말로 "기후에 대한 배반을 끝내라"는 구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폐막한 기후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AP 연합뉴스

“축구 경기로 치면 5대1로 (일방적으로) 지고 있다가 5대2 또는 5대3으로 만회해 가는 상황입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정 당사국 총회(COP26)의 메인 이벤트인 기후정상회의가 2일 오후(현지 시각)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COP26의 목표 달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참하는 ‘단일 목표’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함께 자체 일정을 제시하는 등 어느 정도 진전된 성과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190여 당사국 대표단은 오는 12일까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과 이를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폭 상향’ 등을 놓고 실무 협의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놓고, 지구촌의 순(純) 탄소 배출량 제로(0), 즉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세계 주요국의 탄소 중립 달성 목표 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한국은 2050년 혹은 그 이전을 목표로 제시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기존 입장인 2060년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인도는 지난 1일 2070년을 목표로 못 박았다.

COP26 대표단 내에서는 “2050년을 ‘대세’로 밀고 가려던 선진국 리더 그룹의 계획이 중국·러시아의 ‘버티기’와 인도의 ‘매복(ambush)’에 당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120여 국가 중 상당수는 개도국이다. 이 중 아프리카와 동남아 일부 국가 대표단이 중국과 인도를 보며 “국제 사회의 압력에 너무 쉽게 굴복한 게 아니냐” “중국 말대로 선진국의 파격적 지원이 있어야 2050년 탄소 중립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취재 중인 유럽 언론인 사이에선 “중국이 COP26을 글로벌 리더십 강화 무대로 이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2일 BBC 스코틀랜드 인터뷰에서 “국가 간 분열과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1.5도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된 COP26 리더 그룹은 최소한의 성과라도 거두기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섰다. 우선 이산화탄소에 이어 온실효과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메탄(CH4) 가스 감축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파격 합의가 힘들어 보이자, 메탄부터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30년까지 총 80국이 메탄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0여 국가가 참여한 삼림 파괴 금지 합의에 이어 COP26의 두 번째 다자 합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은 이 합의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돕기 위한 선진국의 자금 지원 약속도 잇따랐다. 미국이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내놓기로 했고, 일본은 5년간 최대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에 대한 집중 압박도 시작됐다. 중국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93억t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30%가 넘는다. 존슨 총리는 “중국에 (탄소 중립 시점을 당길 수 없다면) 탄소 정점 시기라도 앞당겨 달라고 협상 대표들이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의 산업 구조상 2030년까지는 계속 탄소 배출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나, 이를 2025년으로 5년 당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탄소 중립 달성도 자연히 빨라진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이 COP26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며 “중국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