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오는 11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작하는 쪽으로 합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국채, 회사채 같은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던 것(양적 완화)을 서서히 멈추는 것을 말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세계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회의인 ‘잭슨홀 미팅’에서 “올해 말부터 자산 매입 정책의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며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한껏 높였었는데, 시점이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수장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8년 7월 7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WSJ은 당장 이달 21~22일 예정된 FOMC에서 양적 완화 축소가 바로 시작될 것 같지는 않지만, 파월 의장이 다음 FOMC 정례회의인 11월 2∼3일 때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연준이 코로나 시기 경기 부양책을 내년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금리 인상으로 가는 행로가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이미 연내 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월 FOMC 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기대했던대로 좋아질 경우 연내에 자산매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도 거의 같은 취지의 말을 지난 8일 한 비대면회의에서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연준 인사들의 이 같은 말과 동향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고용 회복세가 꺾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테이퍼링 시간표를 내년으로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앞서 미 노동부가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비농업 부문에서 새 일자리가 23만 5000 개 늘었고, 실업률은 전달보다 0.2%P 줄어든 5.2%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치를 훨씬 밑도는 것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8월 신규 일자리가 75만 개 늘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제 발표는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CNBC 등 경제 매체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