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이니 파리또옹~”

이 짧은 가사와 멜로디, 198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흥얼거렸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고 곯려줄때마다 ‘웬일이니 파리똥’을 외쳤고, 잘 나가던 지상파 개그 프로의 소재로도 등장했다. ‘웬일이니 파리똥’은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 존(73)의 댄스곡 ‘피지컬(Physical)’의 가사 ‘Let me hear your body talk(당신의 몸이 말하는 걸 듣게 해줘요)’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한국말처럼 따라한 것이다. 당시 이 노래의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사례다. 음악저작권 개념도 희박하던 시절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헬스클럽과 에어로빅장마다 ‘피지컬’이 쩌렁쩌렁 울려펴졌다.

올해 발매 40주년을 맞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피지컬' 앨범 표지. /아마존 홈페이지

1981년 9월 28일 출시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노래가 발매 40주년을 맞아 리패키지앨범으로 다시 나온다. 리패키지란 이미 발표한 음반에 새로운 곡이나 뮤직비디오 등을 추가해 재발매한 음반을 말한다. 주로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 활동을 할 때 많이 활용하는 방식인데, 한 세대를 풍미했던 팝스타가 한국 스타일을 택한 셈이다. 리패키지 앨범에는 원곡 피지컬과 리믹스 버전, 보너스 트랙, 그리고 당시 앨범 제작 전반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핑크색 타이즈를 입고 짧게 친 금발을 휘날리며 도발적 눈빛을 날리던 젊은시절 뉴튼 존의 모습도 담길 전망이다.

뉴튼 존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면서 자신의 근황과 현재 진행중인 공익 활동등을 알린다. /올리비아 뉴튼 존 인스타그램

1980년대를 대표하는 댄스곡 ‘피지컬’은 ‘짐승이 되자(Let’s get animal)’같은 자극적인 가사와 선정성을 극대화한 뮤직 비디오로 발매 직후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빌보드 차트 10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컨트리와 발라드를 불렀던 서른 세살 뉴튼존을 단박에 도발적인 섹스심벌로 탈바꿈시켰다. 뉴튼존은 40주년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앞두고 호주 여성지 오스트레일리아 위민스 위클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40년전 피지컬을 취입할 때 뒷얘기를 들려줬다.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 둘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나이였고, 3년전 찍은 하이틴 뮤지컬 영화 ‘그리스’에서 연기한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고교여신 ‘샌디’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피지컬’ 녹음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난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 했다.

2018년 8월 16일 영화 그리스 40주년 이벤트에서 다시 만난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라.

“노래를 녹음하고 나니 좋았지만 뭔가 신경이 쓰이기시작했다”는 것이다. 뉴튼 존은 그래서 취입을 마친 뒤 매니저 로저 데이비스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했다. “로저, 내가 지나치게 너무 나간 것 같아서 불안해요. 이거 너무 선정적인 것 같은데….” 그러자 돌아온 매니저의 답. “너무 늦었어요. 이미 라디오 방송국에 소개가 됐고 차트에서 순위가 올라가고 있어요.” 뉴튼 존은 그러면서 “내 최고의 노래 중 하나인 건 맞는다”며 “때로는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노래로 인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청순가련이미지가 확 바뀐 것에 대해서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 노래는 나에게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자유를 줬고, 내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뉴튼 존은 그러면서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로 발라드와 말랑말랑한 노래들을 많이 불렀는데, ‘피지컬’은 여태껏 했던 음악보다 좀 더 거친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했다.

2018년 9월 9일 올리비아 뉴튼 존은 호주 TV 프로그램 ‘선데이 나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세 번의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발매 당시 ‘피지컬’이 보수적인 생활풍습으로 이름난 모르몬교의 본거지 미국 유타 주에서는 금지됐었다는 사실도 공개하며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1970~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뉴튼 존은 1990년대 초반 유방암 투병으로 시련기를 맞았지만 이를 극복해내고 지금은 음악 활동과 함께 암 투병 환자를 위한 자선 활동과 환경 보호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호주에는 그의 후원을 기려 명명한 ‘올리비아 뉴튼 존 암 건강 연구 센터’가 있다. 매년 뉴튼 존의 생일인 9월 26일에는 암환자 자선기금 모금을 위한 건강 걷기 행진을 벌였는데, 코로나 상황인 올해에도 비대면으로 열릴 계획이다. 뉴튼 존 역시 현재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걷기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1978년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타가 출연한 미국 청춘 영화 ‘그리스’가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뉴튼 존도 세계적인 팝스타로 떠올랐다.

앞서 2020년 뉴튼 존은 음악과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에서 데임(남성의 기사에 해당하는 자리) 작위도 받았다. 이따금씩 무대에 서서 과거 히트곡들을 부르지만 트레이드마크였던 쩌렁쩌렁하고 시원시원하게 내질렀던 창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7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노인이 된 그는 그러나 “나이듦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뭘 그렇게 걱정하고 살았을까 싶어요. 이것저것 모두를 다 걱정하면서 살았던 거죠. 이런 걸 나이듦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좀 더 지혜가 생겼고 좀 더 많이 살았기 때문에 세상일을 대할 때 젊을때처럼 어렵지가 않죠. 더 편안하고, 더 일 처리를 잘 하게 되죠.”